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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2일 19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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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로버트 달 지음, 조기제 옮김 / 문학과 지성사 682쪽 2만5000원 ■
민주주의는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가? 아니, 살아남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민주주의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 허와 실을 심도있게 짚어낸 책들이다.
‘엘리트의 반란과 민주주의의 배반’은 민주주의의 위기를 고발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이자사회문화비평가인저자는미국의 민주주의는 살아남을 힘도 없고 살아남을 가치도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가장 큰 이유는 대중과 유리된 엘리트 계층. 두뇌귀족계급인 엘리트집단의 지적 오만과 이기심이야말로 민주주의 최대의 적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전후(戰後) 최대의 경제 호황 속에서도 빈부의 격차는 커지고 도덕적 경건함은 실종되어버린 미국 사회. 저자는 이러한 배경에 신자유주의가 도사리고 있다고 보고 이를 강하게 비판한다. 시장을 절대시하고 모든 것을 경제로 환산하는 신자유주의 풍조가 엘리트의 특권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저자는 미국의 민주주의가 부활하려면 공동체정신을 되살리고 종교적 경건함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비판이지만 신자유주의 물결에 휩싸여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반면, 미국 정치학의 거장이 펴낸 방대한 분량의 ‘민주주의와 그 비판자들’은 민주주의의 실체에 차분하게 접근한 책. ‘엘리트의 반란…’보다 더욱 진지하고 깊이가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민주주의를 완전한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시민의 기본권이나 민주적 결정 과정 등에 있어서의 문제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의 완벽한 평등에 대해 기대를 걸지 않는다.
저자는 이러한 한계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완전한 민주주의는 아니지만 민주주의의 일정한 요건을 갖춘 ‘현실 민주주의’(저자는 이를 ‘폴리아키’라 부른다)로서의 가능성이다.
그러나 저자의 접근은 조심스럽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민족국가보다 작은 단위의 소공동체가 훨씬 민주적일 수 있다는 가능성, 중앙정부(국가)에 대한 의존에서 벗어나는 것이 민주적일 수 있는 가능성 등을 열어놓을 뿐이다. 다만 관료제와 소수지배의 한계를 극복하고 시대와 상황에 맞게 자유와 평등을 어떻게 분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관건이라고 말한다. 민주주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이다. 한국의 정치인들에게 읽기를 권하고 싶다. 시정잡배같은 소리들만 하지 말고 민주주의의 핵심을 들여다 보고 한번 성찰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이광표기자〉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