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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20일 16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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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조선의 한 여인이 있다. 1931년생이니 올해 나이 69세. 경남 울주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스물한 살에 중매로 결혼, 슬하에 2남1녀를 두었다. 39년간의 결혼생활 가운데 31년을 남편 병수발을 하며 생활을 꾸려나갔다. 59년부터 21년간 부산에서 만화가게, 풀빵 빙수장사등을 했고 80년 울산에서 문방구와 분식점을 꾸렸다. 남편은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61세로 89년 세상을 떴고, 그동안 자신이 살아온 길을 대학노트 8권에 풀어냈다.
여기까지는 식민지와 한국전쟁을 겪은 평범한 여인의 삶치고 좀 신산한 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보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어머니의 자화상을 통해 한국의 어머니들이 가진 강인한 생활력과 끝없는 헌신, 끈질기고도 애달픈 생명력을 감동과 눈물속에 보여주고 있어 사뭇 감동적인 기록물인 것을 알 수 있다.
그 엄마의 큰 아들이 `한겨레 그림판`으로 잘 알려진 박재동화백이다. 박재동은 이 글을 다 읽고 난후 `불효가 저미어온다`고 했다. 갈피갈피마다 그의 뒤늦은 효도차원의 삽화가 빛을 더내준다. 어려운 생활속에서도 `늘 웃던 어머니의 모습`을 그리며 가정의 달 오월에 박화백은 이제는 늙어버린 어미니를 안타까워 하고 있다. 이런 어머니, 어머니들 한분 한분이 민초의 역사를 지탱해왔으리라. 가정의 달에 장년이 된 사람들은 누구나 한번씩 읽고 부모님에 대한 회억에 잠길 수 있는 뜻깊은 책이 될 것이다.
최영록<마이다스동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