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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4월 29일 19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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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을 바라보는 그가 연극의 메카,젊은이의 거리 대학로에 전용극장을 마련한 의도는 ‘젊은 문화’에 불을 지피겠다는 것이다. ‘태’‘심청이는 왜 인당수에 두번 몸을 던졌는가’‘백마강 달밤에’ 등 지극히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소재와 기법으로 역사의 현대적 재해석을 시도, 의미있지만 난해하다는 얘기를 들어온 그의 연출관에 비하면 의외다.
오태석은 “30여년 연극하다보니 공간의 중요성을 알았다”고 말했다. 무대위 배우의 땀과 객석의 호흡이 합쳐질 때 비로소 연극이 완성되며, 대학로를 젊은이들의 ‘문화 다운타운’으로 격상시키려면 볼만한 작품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개관기념공연인 ‘오태석연극제Ⅱ’의 첫작품으로 ‘춘풍의 처’와 ‘부자유친’을 고른 의도도 이 생각과 닿아있다. 80년대 작품이지만 1999년을 사는 젊은이들에게도 시공을 초월해 이해될 수 있다는 설명.
“‘부자유친’은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죠. 진보와 발전을 원하는 영조가 강력한 군주로서의 자질이 부족해 보이는 사도세자를 내치는 ‘고뇌의 결단’을 다뤘습니다. 요즘의 정치판에도 영조와 같은 결단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시대의 소명에 걸맞지 않는 구시대 인물들은 사라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겠죠.”
하지만 역사를 종횡으로 해석하는 ‘오태석의 연극문법’이 여전해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고 했더니 그는 대뜸 “안그래도 요즘 젊은이들의 기호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고 했다.
교직(서울예대 극작과 부교수)을 떠나지 않는 이유도 그들의 에너지를 느끼고 ‘주파수’에 접근하기 위해서다. 그들의 말투와 유행어는 물론 힙합이나 랩을 우리 가락과 몸짓, 놀이에 담아 무대에 올린단다.
오태석은 그래도 한가지 원칙만은 분명히 했다. ‘밥은 주되 숟가락까지는 쥐어주지 않기’.
“연극은 알아서 골라먹는 널찍한 상차림같은거요. 전날 술마신 사람은 콩나물국을 먹고, 배고프면 고기를 뜯고, 목마르면 식혜를 마시면 되는거지. 내가 펼쳐놓은 갖가지 연극문법과 인생읽기 볼거리 중 입맛에 맞는 걸 찾아서….”
평론가 김방옥(청주대교수)은 “초논리적 유희정신에 무대적 상상력이 결합돼 포스트모더니즘에 접근해 있다”고 오태석을 평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