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프로 「텔레토비」 인기 폭발

  • 입력 1999년 1월 20일 19시 41분


이제까지 TV의 컬트계보는 ‘트윈픽스’나 ‘X파일’등 드라마시리즈가 이어왔다. 그런데 이 ‘뼈대있는’ 계보에 유아프로 하나가 첨가될 것으로 보인다. 우는 아이에게 곶감보다 약효가 빠르다는 KBS 2TV ‘꼬꼬마 텔레토비’(월∼토 오전9시)다.

97년 4월부터 영국BBC에서 시작, 현재 25여개국에 방송중인 ‘…텔레토비’(원제 ‘Teletubbies’)는 지난해 10월 국내에 상륙하자마자 유아프로 개념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머리에는 안테나, 배에는 텔레비젼을 하나씩 꿰찬 네마리 외계인(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이 펼치는 반복동작과 엉성한 율동에 아이들은 ‘광분’했다.

★왜 텔레토비인가

유아프로로는 기록적인 17%의 시청률과 주중 1백%의 광고판매율 등의 통계가 보여주듯 텔레토비는 ‘유아 컬트팬’들을 낳고 있다. ‘복습’용 비디오테이프는 시판 한달만에 15만개나 팔렸고내달부터 판매될 ‘공식’텔레토비 인형은 80년대초 미국을 휩쓸던 ‘양배추인형’의 열풍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같은 선풍은 텔레토비가 철저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진 유아교육과 언어학의 집결체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영국의 언어학자 앤디 대번포트가 제작에 참여했고 국내 제작분도 대학의 유아교육 전문인력이 감수한다. 또 프로 작명을 컨설팅회사에 맡길 정도의 상업적 전략도 인기에 한몫했다.

★어른도 본다

텔레토비가 기존 컬트 프로와 뚜렷이 구분되는 점은 노소(老少)의 구분이 없다는 것. 처음엔 느리고 반복되는 내용에 ‘머리를 쥐어뜯던’어른들도 차츰 그 ‘유치한’그림에 빠져들면서 ‘유아언어’를 흉내낼 정도다.

KBS 영상사업단의 관계자는 “평화롭고 따뜻한 배경화면과 아무 고민없이 단순하게 살아가는 캐릭터가 삶에 지친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끄는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텔레토비가 외계인?

텔레토비는 세계적으로 이미 하나의 현상이자 텍스트로 읽힌다. 인터넷에는 캐릭터들의 자세한 해설부터 인형 가방 티셔츠 구입방법 등이 빼곡히 적혀있는 사이트가 즐비하다.

너무나 인기있는 탓에 ‘텔레토비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이들이 지구의 식민지화를 노리는 외계인이라는 주장. 일부에서는 ‘X파일’의 단골메뉴인 ‘로스웰 사건’(66년 UFO와 외계인의 시체가 미군당국에 확보됐다는 사건)의 주인공이 바로 텔레토비라고 주장하면서 해부 중인 외계인을 텔레토비로 둔갑시킨다.

텔레토비가 ‘빠빠’ ‘맘마’ 등 부적절한 언어구사로 문법체계의 골격이 다듬어질 시기의 유아에게 악영향을 끼쳐 전세계적인 디스토피아의 근원이 된다는 주장이나, 군용벙커를 닮은 이들의 집을 놓고 3차세계대전을 일으키려는 불순집단이 텔레토비를 유아세뇌에 이용한다는 억측은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BBC에서는 이런 장난섞인 음모설이 텔레토비때문에 미국 유아프로인 ‘세서미 스트리트’등이 위협받는 데서 비롯된 ‘진정한 음모’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루머’의 진위와는 상관없이 이 모두가 텔레토비 열풍의 반증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