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동시당선작]정갑숙 `나무와 새`

  • 입력 1999년 1월 2일 18시 49분


햇살 따사로운 봄날

새 한마리 날아와 나무 위에 앉는다.

부러운 나무는 새를 보며 말한다.

“나도 너처럼 하늘을 날고 싶다”

나무의 마음을 안 새는 가슴의 비밀을 털어 놓는다.

하늘 푸른 여름날

“우리처럼하늘을날고싶으면네가가진것다나눠주어야해.”

아무것도지니지않아야하늘을날수있다고새가 알려준다.

하늘 맑은 가을날

새의말을기억한나무는열매를사람들에게다나눠준다.

그리고 빈 손을 펼쳐든다.

차거운 겨울날

가지에 앉아 놀아주던 새도 남쪽나라로 떠났다.

홀로 서 있는 나무는 입고 있던 옷들까지 다 벗어준다.

풀섶에서 떨고 있을 작은 벌레들을 위하여.

하늘은

가진 것을 다 주는 나무의 마음을 알고

하얀 솜이불을 펼쳐 나무를 덮어준다.

솜이불을 덮고 누운 나무는 이제 꿈을 꾼다.

한 마리 새가 되어 훨훨 날고 있다.

하늘 무지개 다리를 건너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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