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동향 조사]실물경기 밑바닥서 「들먹」

  • 입력 1998년 12월 8일 18시 53분


장기 침체에 빠져 있는 실물경기가 밑바닥에서 조금씩 꿈틀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급격히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미약하나마 약간씩 살아나는 가운데 현장의 산업경기 동향을 선행적으로 보여주는 베어링 내수판매량이나 산업용 전력소비량의 감소세가 눈에 띄게 호전되고 있다.

8일 본보가 실물경기의 바로미터인 △도매시장의 상경 버스대수 △패밀리레스토랑 매출액 △택시기사 수입 △베어링 판매대수 △산업용 전력소비량 △고속도로 통행량 등 10개부문의 현장동향을 조사한 결과 대부분이 8,9월에 밑바닥을 치고 10,11월을 고비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유통업체 외식업소를 중심으로 매출이 8,9월 최악에 이른 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 서울 동대문D상가의 경우 지방 도매상인 버스차량이 6∼9월 하루평균 80∼90대로 작년 같은기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가 10월 들어 1백10대, 11월에는 1백30대까지 늘어났다. 작년 이맘 때(1백70대)와 비교하면 30% 감소한 수준이지만 바닥에 비해선 62.5% 회복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넥타이 판매액을 보면 8월(작년 같은달보다 4.4%증가)을 제외하고는 6∼9월 동안 20% 이상의 감소세를 보였으나 10월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10월은 작년 같은달보다 1.9% 증가했으며 11월에는 18.7%나 늘어났다.

외식업체도 가족단위의 음식점을 중심으로 급격한 하락세는 멈춘 상태. 도곡동의 B패밀리레스토랑의 경우 특별행사가 있었던 6월 매출이 8.2% 늘어난 것을 제외하면 영업이 계속 악화돼 10월 -18.1%까지 떨어졌다가 11월에는 -12.0%로 감소폭이 다소 줄어들었다. 매출액으로도 9,10월 2억8천만원까지 떨어졌던 것이 11월에는 3억원으로 다소 회복됐다.

민간소비가 살아나면 택시 타는 횟수도 늘어나게 마련. 월급제를 실시하고 있는 K택시회사의 경우 택시1대에 하루평균 수입이 6∼8월 8만원 내외였던 것이 9,10월 7만원으로 떨어졌다가 11월 8만5천원으로 늘었다.

이같은 소비심리의 회복은 민간경제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가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소비자태도지수(낙관과 비관의견이 동수일 때 50)를 조사한 결과 4·4분기(10∼12월)가 41.7로 3·4분기(7∼9월)의 34.9보다 크게 개선됐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소비자태도지수가 기준치인 50에는 못미쳐 본격적인 회복국면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위축된 소비심리가 서서히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산업〓제조업 경기의 선행지표인 베어링 내수판매량도 9월부터 크게 늘어 생산현장의 가동률이 높아지고 있다.

메이저업체인 FAG한화베어링의 월평균 베어링판매대수를 보면 6∼8월 월평균 3백90만∼5백60만개에서 9월 6백70만개로 늘어났다. 또 10월 6백30만개, 11월 6백60만개로 6백만개이상 수준을 유지했다.

작년 같은기간 대비 증감률도 6∼8월 30%이상 감소했다가 11월에는 15.4% 감소세가 둔화. 9월 작년수준을 유지했던 것은 작년9월에 추석연휴가 끼여 있어 판매량이 줄었기 때문.

이 회사 이병찬과장은 “베어링은 거의 모든 생산현장에서 쓰는 기초기계부품으로 사용량의 증가는 그만큼 제조업 경기가 좋아지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루평균 산업용 전력소비량도 10월 들어 감소세가 큰폭으로 줄어든 상태. 6∼9월 10% 이상의 감소세를 보이던 것이 10월 들어서는 3.5%감소에 그쳤으며 소비량 자체도 하루 39만1천메가Wh로 9월(38만메가Wh)보다 1만메가Wh가량 늘어났다.

▼교통 및 통신〓소비심리가 서서히 회복되면서 도로 교통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도로공사가 집계한 고속도로 통행량의 경우 6,7월 1백80만대선에 머물렀으나 8,9월 1백90만대로 올라섰다가 10,11월 2백만대를 넘어섰다. 작년 같은기간 대비 증감률도 6∼8월에는 10%이상 감소했던 것이 9월부터는 감소율이 10%미만으로 떨어져 11월에는 6.7%감소에 그쳤다.

이에 따라 정유5사의 휘발유판매량도 미미하나마 회복세를 타고 있다. 작년 같은기간과 비교해 6∼10월에는 15∼22% 감소했던 것이 11월들어 13.0% 감소에 그쳤으며 11월 판매량도 10월에 비해 4천3백30배럴이 많은 16만6천9백30배럴이 팔렸다.

이밖에 한국통신 유선전화 가입자도 올들어 계속 감소세에서 10월 들어 증가세로 돌아섰다. 6월 2천32만회선에서 매달 1만∼2만회선씩 줄었으나 10월 2천29만회선으로 9월보다 1만2천회선이 늘었으며 11월에도 1만6천회선 늘어난 2천31만회선으로 집계됐다.

〈이영이·김승환·정재균기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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