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분쟁 무엇이 문제?]「잿밥싸움」반목

  • 입력 1998년 11월 13일 19시 01분


“중들 밥그릇 싸움은 꼴도 보기 싫다.”

종정(宗正)이면서도 종단에는 얼굴도 내밀지 않았던 성철(性徹)큰스님.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 선거를 놓고 또다시 폭력사태가 벌어지자 큰스님의 그 말씀과 비슷한 말들이 무수히 쏟아지고 있다.

“재가불자(在家佛子·신도)들이 일어나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있는 스님들은 쫓아내야한다”“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 했지만 중이 미워 절을 떠나야 겠다”“문명사회의 시민으로서 상식이전의 행태다”….

부처님을 모시며 ‘아집’을 버리고 못하고 ‘폭력’도 마다하지 않는 불교계의 현실. 물론 주먹질하며 싸우는 승려는 1만여명의 스님중 ‘한줌’일뿐 대다수 스님들은 말이 없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할 고질병이다.

조계종 분쟁의 근원적 뿌리는 일제시대부터 파행(跛行)을 거듭해온 불교사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언제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몇몇 승려들의 ‘자리욕심’에 있었다.

다른 종교보다 왜 조계종만 유독 시끄러울까? 이 의문의 실마리는 조계종 사찰의 독특한 소유구조에서부터 풀어가야한다.

비구승(比丘僧·독신승)종단인 조계종의 사찰은 소유주가 없다. 사찰 자체가 주인이다. 그러나 이는 곧 ‘무주공산(無主空山)’인 것과 같고 주지가 그 관리인인 셈이다.

주지의 임기는 4년. ‘주인없는 절’에서 주지를 오래 하려면 ‘위’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 없게 돼 있다.

그 ‘위’의 정점인 총무원장에겐 막강한 인사권이 주어져 있다. 조계사 주지를 겸하며 산하 2백개 직할사찰의 주지 인사권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전국 24개 교구 본사(本寺)와 거기에 딸린 말사(末寺)들의 주지에 대한 인준권과 징계위 회부권도 쥐고 있다.

94년 이전엔 본사 주지를 직접 임명할수도 있었다. 거기다 막대한 재정집행권까지 있다.

제29대 총무원장 선거를 둘러싸고 빚어진 이번 폭력사태도 서로 여러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기저엔 총무원장 자리에 대한욕심, 그리고각 후보를 추종해온승려들의 이해관계가도사리고 있다.

사실 폭력사태의 직접적 계기인 3선 출마 논쟁은 복잡하고 미묘한 법리적 문제다.

송월주총무원장은 80년 ‘10·27’법난 직전까지 6개월간 총무원장을 지내 만약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세번째로 총무원장이 된다.

그러나 ‘총무원장은 1차에 한해 중임할수 있다’는 종헌규정은 94년에 제정된 것이어서 이를 80년 재임사실에 소급적용할수 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종단내에는 이처럼 복잡한 법리적 문제를 심판할 선거관리위원회와 호계원 등 공식기구가 있는데도 대립하는 세력들은 이를 외면한채 상대에 대한 비방에만 몰두해왔다.

송원장은 자신의 출마가 법리적으로 논쟁의 소지가 있고 그로인해 종단이 만신창이가 됐는데도 끝까지 자신의 논리만을 고집했다. 설사 출마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해도 94년 종단 개혁의 핵심은 ‘장기집권 방지’였고 송원장은 그 개혁의 주도자였다.

또 경위야 어찌됐든 94년 개혁때 송원장과 함께 했던 개혁세력내에서조차 결사적인 반대파가 생기고 ‘송원장이 전횡을 일삼아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송원장이 개혁의 또하나 핵심이었던 ‘권한 분산’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송원장 3선 출마 반대’를 외치며 총무원을 점거한 ‘정화개혁회의’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들이 내세우는 ‘종정교시를 받든다’는 명분에 공감하는 사람들조차 ‘표대결을 통한 종권 획득 전망이 불투명하자 일종의 ‘쿠데타’를 통해 가장 유력한 후보인 송원장을 선거판에서 몰아내려 한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3백여명의 승려가 승려대회를 열고 총무원을 점거한뒤 ‘승려대회는 종헌종법을 초월하는 최고 의결기구이므로 우리가 종권을 장악했다’고 주장하는데 대해 일반인들은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94년 서의현총무원장을 쫓아낸 승려대회에는 2천5백여 승려가 모였었다.

서울대 종교학과 정진홍교수는 “대립하는 스님들은 자기들의 입장만 내세우지 말고 한번이라도 제3자의 눈으로 스스로를 바라보라”고 당부한다. 많은 불교신도들도 “이젠 진절머리가 난다. 모두가 불심(佛心)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하고 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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