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서사극「대한국인 안중근」 재미-연기 「일품」

  • 입력 1998년 11월 3일 19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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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6일은 안중근의사가 이토오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이다. 때맞춰 시립극단이 ‘대한국인 안중근’을 공연한 것은 잘한 일이다.

과거에도 역사적 인물이며 영웅에 관한 연극공연을 숱하게 보아왔다. 그러나 그 많은 영웅에 관한 연극 중 아직까지 내 머리에 인상깊게 남아있는 극은 거의 없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이력서처럼 나열했거나 주인공을 지나치게 신격화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번 안중근 공연을 보기 전만 해도 나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재미보다 의무감으로 봐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공연이 세시간쯤 한다는 말을 듣고는 ‘이건 큰 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나 보고난 후 세시간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만큼 공연이 재미있었다는 말이다. 관객들은 시종 무대에 눈과 마음을 집중했다. 호평을 받았던 ‘남한산성’의 작가 김의경은 멀고 가까운 역사적 사실 재현에 남달리 정열을 쏟는 희귀한 작가다. 이번 작품에서 그는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면서도 연극이 갖는 재미를 동시에 충족시키고자 애쓴 흔적을 남겼다.

좋은 희곡은 좋은 연출가가 붙어있을 때 진가를 발휘한다. 연출가 표재순은 옛날 연쇄극을 연상시키듯 슬라이드며 옛 영화화면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무대에 긴박감과 속도를 살렸고 시공간의 제한을 뛰어 넘었다.

무엇보다도 연기진의 고른 연기가 인상적이다.주인공을 맡은 김갑수, 이토오 히로부미역의 원로 장민호를 비롯 하나같이 맡은 역을 자연스럽게 소화해냈다.

개인적으로는 이토 히로부미를 좀 더 크게 부각시켜 쓰러질 때 거목이 왕창 무너지는 인상을 주었더라면 안중근이 좀 더 강력하게 부각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그럼에도 이번 공연은 시립극단의 가치를 관객마음에 심어주었다는 점에서 화제가 될만한 공연이었다.

최종공연은 4일 오후7시반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강당. 02―399―1645

이근삼<서강대 명예교수·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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