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신문 동아일보]조영란씨 E메일기고 세네카폴즈축제

  • 입력 1998년 7월 31일 11시 27분


코멘트
현대 페미니즘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혹자는 영국의 교육가인 메리 월스톤크래프트가 쓴 ‘여권의 옹호’(1792년)라고도 하고 혹자는 풀랭 드라바르가 쓴 ‘양성의 평등’(1673)에서 그 기원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운동’으로서의 페미니즘의 기원은 19일 1백50회 생일을 맞은 ‘세네카폴즈 집회’라고 할 수 있다.

세네카폴즈는 뉴욕주에 있는 인구 7천6백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의 웨슬리안 교회에서 1백50년전인 1848년 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튼등 가정주부 5명의 주도로 3백여명(남자 40명 포함)이 참석한 미국 최초의 여성 참정권 요구 집회가 개최됐다. 당시는 여성들이 공공집회를 연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여성들의 투표권, 근로권, 고등교육의 기회, 재산 소유권등도 없던 시절이었다. 참가자들은 대담무쌍하게도 이 집회후 채택한 ‘세네카폴즈 선언문’을 통해 남성과 여성은 동등하게 태어났다고 선언했고 특히 여성의 참정권을 요구함으로써 이후 70년이 걸린 여성 참정권 운동의 첫발을 내딛었던 것이다.

지금은 국립여성권리 사적공원으로 지정돼 페미니스트들의 성지(聖地)가 된 이곳에서 16일부터 4일동안 1백50주년을 기념하는 ‘세네카폴즈 축제’가 열렸다. 개막행사에 참석한 힐러리 로드햄 클린턴은 자신이 사는 동안에도 많은 ‘성취’를 직접 목격했다면서 “이곳에서 시작된 일을 완성하려면 우리의 아들 딸들이 대중매체를 중심으로 한 소비문화의 메시지에 대항해 ‘생각하고 느끼고 깨닫고 행동하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축제에서는 1백50년전의 역사적 집회를 극화한 ‘권리들의 평등’과 여성참정권운동의 열렬한 남성 지지자였던 프레데릭 더글라스의 일대기를 그린 ‘왜 나는 여권 남성이 되었는가’등의 연극이 공연됐고 19세기 흑인 페미니스트 서조너 트러스의 동상 제막식, 여성영화제, 동화구연, 여성사책 저자들의 사인회, 단축마라톤, 심포지엄과 불꽃놀이등이 열렸다. 이 기간중 미국내외에서 10만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성들은 딸의 손을 이끌고 여성권리의 산실을 돌아보며 다음과 같이 말하는 듯했다. “우리가 어떻게 인간적 권리와 삶의 선택권을 갖게 되었는지 보렴”하고.

조영란(캐나다 토론토대 박사과정)youngran@chass.utoronto.ca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