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세씨 눈물의 사모곡]『기른 정 숨긴 끝없는 사랑』

  • 입력 1998년 4월 15일 19시 45분


“꿈인가 생시인가. 이토록 허망하게 가시다니…. 차라리 이게 만화 속 이야기라면 좋으련만.”

15일 새벽 서울 현대중앙병원 영안실.

갑작스럽게 들이닥친 강도의 흉기에 찔려 숨진 어머니 윤분희 (尹粉凞· 75) 씨의 영정 앞에서 만화가 이현세(李賢世·42)씨는 통한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그의 눈물 속에는 남달리 가슴아픈 ‘가족사’가 담겨있다. 숨진 어머니 윤씨는 실제로는 그의 큰어머니이자 양어머니.

“전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집안의 대를 잇기 위해 청상(靑孀)이었던 큰어머니에게 양자로 입적됐죠. 어릴 적부터 생모를 작은어머니로, 생부를 작은아버지로 알고 자랐습니다.”

더욱이 할아버지와 큰아버지 그리고 아버지마저 모두 일찍 가족의 곁을 떠났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할머니와 두 어머니는 보리밥만 드셨지만 내게는 꼭 쌀밥을 주셨지요. 이분들의 한없는 ‘내리사랑’은 아무런 조건이 없었어요.”

그가 양아들이었음을 알게 된 것은 스무살 무렵.

견딜 수 없는 충격에 대학도 그만두고 방황을 거듭하던 그에게 ‘두 어머니’는 한없는 사랑으로 감싸주었고 그 덕에 이씨는 만화그리기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기른 정 나은 정’으로 지극한 사랑을 베풀어주신 두 어머니를 생각하며 늘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런데 한 어머니가 이렇게 갑작스럽게 떠나가셨으니 이제 그분의 사랑에 어떻게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자신의 만화주인공 ‘까치’보다 더 ‘비통한 표정’으로 눈물을 흘렸다.

〈이헌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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