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여성패션]한벌로 여러벌 효과…IMF형 바람

  • 입력 1998년 2월 12일 19시 35분


백화점과 패션매장을 가득 채운 산뜻한 봄옷이 이미 여성들을 유혹하기 시작했다. 외국에서는 남성복 느낌의 바지정장과 낭만적 장식이 가미된 스커트 및 원피스가 여성 춘하복의 트렌드라고 패션잡지와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불안정의 후유증으로 ‘해외 트렌드’를 국내에서 눈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 세계 각국의 내로라하는 패션브랜드를 취급하는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도 27일에야 ‘봄 신상품컬렉션’을 갖는다. 겨울상품이 팔리지 않아 울상짓던 국내 여성의류업체의 움직임은 활발하다. 지난해에 비해 물량은 20∼30% 줄였지만 출하시기를 1,2주 앞당겨 서울 명동 압구정동 패션거리와 백화점에 봄기운을 불어넣고 있다. 30대여성복 브랜드인 우바의 디자인실장 김미경씨는 “경제가 어려워 해외의 유행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실용적으로 변형한 형태가 올봄 패션의 주조”라며 “오래 입어도 싫증나지 않도록 튀지 않는 색상과 간결한 스타일이 많다”고 말했다. 따라서 올봄에는 빨강 노랑 파랑 등 원색은 잊어버리는 게 좋다. 화이트 블랙과 함께 골든 옐로 갈색 회색 쿨블루 등 중간색조가 주류. 이런 색조의 옷은 다른 옷과 조화를 잘 이뤄 새옷을 사지 않아도 여러 벌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디자이너브랜드는 가볍고 얇은 실크와 린넨 등 천연소재를 많이 쓰고 있으나 일반 의류업체에서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아세테이트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소재를 섞어 사용하고 있다. 스타일은 ‘롱 앤 슬림(Long & Slim)’ 실루엣의 전개로 편안하고 우아한 느낌을 강조한다. 지난 겨울을 달궜던 어깨를 강조한 남성복 느낌의 파워재킷은 한풀 꺾였다. 재킷의 단추는 한 두개로 줄어들면서 V Zone(목아래 앞트임)이 깊어지는 추세. 바지는 유행을 타지 않는 스트레이트 라인이 주류고 치마는 H라인에 슬릿(절개선)이 들어간 것이 강세. 몸에 맞는 재킷과 좋은 짝을 이룬다. 경제가 어려워도 여성, 특히 20대는 숨을 죽이고만 있으려고 하지 않는다. 젊은여성들의 ‘반발’은 작지만 뚜렷하다. 여성을 더욱 여성스럽게 표현해주는 로맨티시즘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자수나 비즈장식, 슬릿과 트리밍, 비대칭 커팅…. 레이스소재의 탑과 리본블라우스도 눈에 띈다. 20대 여성복 브랜드인 베스띠벨리 기획팀장 이금희씨는 “경기가 어려워져도 젊은층은 화려함을 추구하는 심리가 강하게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김진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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