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산타클로스는 누구일까」.
12년째 1백만원권 수표가 든 하얀 봉투를 서울 명동의 구세군 자선냄비에 넣어온 「얼굴없는 천사」(본보 9일자 39면 보도)의 선행이 알려지자 많은 시민은 『낙이 없는 요즘에 하나의 청량제』라며 큰 궁금증을 나타냈다.
시민들은 『감동적인 얘기다.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그 사람은 누구냐』고 문의전화를 잇따라 본사에 걸어왔다.
한 시민은 『혹시 명동 일대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아니냐』고 물어왔고 다른 시민은 『명동 일대의 직장인일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또 다른 시민은 명동에서 병원을 운영중인 의사일 가능성도 높다고 주장했다.
자선냄비를 지키는 구세군의 박상숙(朴商淑·37·여)사관은 『1천원짜리를 내미는 어린이들로부터 흰 봉투를 넣는 어른들까지 모든 사람이 천사로 보여 선행의 주인공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민은 『자신의 선행을 알리려 하지 않는 그분의 뜻을 존중하고 우리들의 마음속에 피어난 아름다운 동화를 그대로 간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 박순자(朴順子·58·여)씨는 『나라경제 상황에 대한 참담한 심정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 천사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싶다』며 굳이 신분 확인을 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회사원 박수광(朴秀光·51·충북 음성군)씨는 『자는 체 눈을 감고 산타클로스를 기다리던 어린 시절의 기억처럼 올해도 그가 또 다른 감동만을 남긴 채 눈 속으로 사라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