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1 김군의 하루]『지금 방학 맞아?』

  • 입력 1997년 8월 4일 20시 34분


「삐삐삐 삑」. 「안녕하세요, 굿모닝 팝습니다」. 새벽 6시. 영어공부 겸 듣는 새벽라디오. 고등학교 1학년 김태훈군(17)은 「자동켜짐」장치를 한 라디오 소리에 떠지지 않는 눈을 비벼본다. 열대야에 네번이나 깼더니 밥맛이 없다. 『아침을 안먹으면 공부가 제대로 되겠니』 어머니 잔소리를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7시 반. 여름방학 보충수업의 첫시간. 아침부터 푹푹 찐다. 교복 앞 단추는 다 풀었고 바지는 허벅지까지 걷어붙였다. 더운 바람만 나오는 선풍기가 얄밉다. 선생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엎어져 자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딩동댕」. 12시 10분. 마지막 5교시 보충수업이 끝나는 시간을 알리는 벨소리. 「푸우」 「푸우」 교실 곳곳에서 한숨소리가 요란하다.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잠시 누웠다 깨보니 벌써 오후 4시. 30분 후면 과외선생님이 오신다. 넥스트의 「Are you ready?」를 들으며 과외숙제를 급하게 한다. 오후 6시. 『숙제 제대로 안하면 다음번엔 혼난다』 과외선생님의 일침. 옆에서 듣고 계신 어머니께 죄송하다. 저녁을 먹고 보습학원으로 힘없는 발걸음을 옮긴다. 3시간 수업을 마치면 몸이 솜처럼 무거워진다. 10시면 독서실로 향한다. 이 시간과 주말을 위해 독서실 티켓을 끊었다. 방에 들어가보니 책상위에 엎어져 자는 친구들이 태반이다. 논술시험 준비를 위해 신문을 꺼내 들었지만 눈이 자꾸 감긴다. 글자가 겹친다. 워크맨 이어폰을 귀에 꽂고 Sue의 「Someday」를 듣다 잠시 졸았다. 뒤에서 어깨를 두드리는 사람이 있어 돌아보니 독서실 총무. 『집에 가서 자라』 손목시계가 어느덧 1시를 가리키고 있다. 가방을 둘러메고 나서는데 저절로 이런 말이 튀어 나온다. 『지금 방학 맞아?』 〈이명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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