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順德기자」 「겨울에는 가벼움이 싫다」. 한여름의 「화장실 연극」, 지난 가을의 「춘향전 패러디 연극」 등 「가벼운 연극」 봇물에 이어 이번 겨울에는 고전의 깊이와 묵직한 주제를 살려낸 연극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월 공연된 「혼수없는 여자」(오스트로프스키 작)에 이어 현재 공연중인 「줄리」(스트린드베리), 이번주 개막되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도스토예프스키), 영국에서 내한한 극단의 「템페스트」(셰익스피어)가 그것. 이같은 고전극 바람은 시공을 초월한 고전의 가치와 창작극 부족현실을 보여줌과 동시에 지난 8월 발효된 베른협약에 따른 저작권 보호규정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눈길을 끈다.
국내 극단이 만든 「혼수없는 여자」 「줄리」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리얼리즘에 입각한 연기와 공들인 무대장치, 의상 등으로 정통성을 추구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공연시간만 3시간이 넘었던 국립극단의 「혼수없는 여자」는 경박하지 않은 「긴 호흡」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다. 성좌소극장에서 공연중인 극단 연인의 「줄리」는 19세기 스웨덴 귀족집안을 옮긴듯한 무대장치와 의상, 탄탄한 극해석이 돋보인다는 평가다.
극단 신화가 14일 동숭아트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러시아문학 전공의 교수를 학술자문으로 두고 러시아 모던극장대표에게 무대미술을 의뢰, 고전극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포부다.
12일 개막되는 「템페스트」는 영국 셰어드 익스피어리언스극단의 영어공연. 원작의 정통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기발한 무대장치와 독특한 시각이미지 표현 등으로 이름을 얻고 있는 작품으로 예술의 전당이 초청했다.
이같은 고전극 러시현상에 대해 극단 신화의 김영수대표는 『고전은 등장인물의 이름과 배경만 다를뿐 바로 오늘 우리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언제라도 무대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지난 7월1일 저작권법 개정법 시행, 8월21일 베른협약(저작권분야 국제규범) 국내발효를 큰 이유로 꼽을 수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생존작가는 물론 원칙적으로 작가 사후 50년(현행 저작권법상으로는 1957년1월1일 이후 사망)까지 작가 또는 대리인과 계약해야만 번역극을 공연할 수 있기 때문. 따라서 극단들이 아예 원작자와 협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는 고전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