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璟達기자」 「한국작가는 언제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을까…」.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때마다 문단과 출판계에서는 『한국작품의 외국어 번역과 출간 사업이 제대로 안돼 세계적 교류가 미약한 것이 노벨상 수상자가 안 나오는 원인』이라며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
그러나 한국문학 외국어 번역의 현황과 전망에 관한 국제학술회의(주최 대산재단·연세대번역문학연구소)에서 노벨상에 집착하는 우리의 현실이 오히려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장애가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끈다.
다음달 7일 세종문화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학술회의에서 「한국문학 세계화의 현실」을 제목으로 기조강연 발표자로 나서는 원로번역가 金宗吉고려대명예교수는 미리 제출한 논문에서 『노벨상에 대한 성급하고 천박한 추종이 한국문학의 외국어번역 및 출판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金교수는 『한국작품의 외국어번역은 현재 29개국에서 18개 언어로 번역된 4백40여종이 있고 국내에서 출간된 번역작품집까지 보태면 총종수가 6백여종에 이르고 있어 80년대 이후 꾸준히 활기를 띠고 있다』고 소개한 후 곧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마치 노벨문학상을 타는 것이 문화를 통한 국위선양의 최고목표인 양 생각하고 이를 원동력 삼아 해외선양사업을 펼치다보니 나중에는이름도없는출판사라도 해외에서 출판만 하면 된다는 식의사고와사례를초래했다는 것.
케빈 오록 경희대교수의 비유를 인용, 한국문학의 해외선양사업을 「찻잔속의 폭풍」이라고 질타한 金교수는 『작품 선정과 번역의 질의 문제도 출판사와 번역자들이 시류에 편승한 잣대에서 벗어나 비평적인 안목을 가져야만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세대 번역문학연구소 소장으로 이번 회의를 기획한 李誠一교수도 金교수의 주장에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노벨상 등에 집착, 고전의 번역보다는 생존작가의 작품에 우선해 무작위로 해외번역출판사업이 이뤄지다보니 마치 「말보다 마차가 앞선 격」의 모양새가 작금의 현실이었다는 것.
李교수는 또 『「발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속담속의 말(言)을 말(馬)로 오역하는 경우 등 그야말로 「말 못할」상황을 여러 번 목격했다』면서 『맘에 드는 한국작가와 작품을 붙들고 필생의 업처럼 여기며 번역하는 「성실한」 번역자가 늘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