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상적 성행위 다룬 소설 잇따라 출간

  • 입력 1996년 10월 15일 06시 43분


「鄭恩玲기자」비정상적인 성행위를 줄거리로 삼은 소설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지난주 발간된 장정일작 「내게 거짓말을 해봐」, 백민석작 「내가 사랑한 캔디」( 김영사), 마광수작 「불안」(리뷰앤리뷰)이 그 것.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18세의 여자아이와 38세의 유부남화가가 마조히즘 새디 즘 등 변태적인 성애에 탐닉하는 이야기다. 「내가 사랑한 캔디」의 캔디는 주인공 이 고교시절 육체와 정신으로 함께 사랑했던 동성 남자친구의 별명이다. 「불안」에서는 대사는 거의 없이 주인공들이 벌이는 메마른 섹스신이 묘사되지만 전통적 의미의 정사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남자는 여자의 뾰족한 하이힐끝, 매니 큐어가 칠해진 긴 손톱만으로도 오르가슴을 맛보기 때문이다. 세 편의 작품이 그리는 「금지된 성」 「비정상적인 성행위」 사이사이에는 작가 가 전하려는 다른 메시지들이 도사리고 있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화가는 어린 시절 자신에게 폭력을 휘둘렀던 군인출신 아버지의 망령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허리띠와 몽둥이를 휘두르며 마조히즘과 새디 즘에 몰두한다. 「내가 사랑한 캔디」의 주인공들은 동성애와 가두시위사이를 오가 는 「전교조1세대」로 그려진다. 「불안」의 남자주인공은 『현대적인 성애에서는 외모보다 헤어스타일 발찌 배꼽 찌 등이 더 중요하다』는 독백으로 물신주의에 왜곡된 성애를 묘사한다. 이처럼 기성문화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강하게 담고 있는 성문학이 양산되자 문학 계에서는 『「즐거운 사라」 사건처럼 법으로가 아닌 문학의 잣대로 작품의 메시지 와 완성도를 평가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문학의 범람을 「9 0년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그 의미를 해석해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것. 최근 헌법재판소가 「영화사전심의 위헌」판결을 내린 것도 「어디까지가 예술적 인 성인가를 문학 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높이는데 한몫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황병하씨는 90년대 이후 성을 다룬 작품들이 범람하는 데 대해 『80년 대가 리얼리즘의 시대였다면 90년대 들어 리얼리즘이 약화되자 그 공백을 메우고 나 선 주제가 성』이라고 해석했다. 황씨는 『최근의 작품들이 묘사하는 동성애 오럴섹 스 등의 변태행위는 생식을 위한 성, 남성 성기중심의 성교 등 기성도덕을 거부하는 상징적인 장치』라며 이는 페미니즘의 융성 등과 맥을 함께 하는 현상이라고 설명 했다. 평론가 방민호씨는 최근의 성문학에 대해 『군부독재시대를 거치며 정치만이 아니 라 가족 성 사랑까지도 철저히 왜곡돼 왔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 의의』라고 설명했 다. 그러나 방씨는 『기성문화에 저항했다고 해서 문학성까지 저절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며 『작가의 문제의식과 표현양식이 적절한 긴장을 유지했는가로 작품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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