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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8월 21일 18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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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판결에 따르면 비록 정부의 ‘요구’로 이뤄진 부실 기업의 지원일지라도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은 최종적으로 금융기관이 떠맡아야 한다. 과거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시나 ‘창구지도’로 부실 기업을 도왔던 금융기관들이 고스란히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정부나 금융감독 당국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원하기가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투신권의 경우 이제까지도 ‘고유자산은 거의 없고 고객자산을 위탁받아 관리할 뿐이어서 채무재조정 등 지원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주장해왔다. 은행권도 벌써부터 “2금융권의 참여없이는 채무재조정 등 기업구조조정이 어렵다”며 투신권의 반발이 거세질 것을 우려했다.
▽부실 기업 처리의 난항 예상〓이달말로 예정된 하이닉스반도체의 추가 지원부터 투신권과의 갈등이 예상된다.
채권단의 관계자는 “회사채 만기 연장에는 투신권의 참여가 필수적이지만 6월 지원 때보다 더 강력히 반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은행권이 신규 자금 1조원을 포함, 수조원대를 지원했지만 투신권은 회사채 6800억원의 만기연장(이중 6000억원은 서울보증보험이 보증)을 했을 뿐이었다.
금리 감면 등 채무재조정을 위해 자산부채를 실사 중인 현대유화의 지원도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권은 지난달 신규 자금을 지원하며 투신권엔 회사채 만기 연장을 요청했으나 투신권은 오히려 7, 8월에 만기 도래한 회사채 2000억원을 상환하지 않았다며 회사 자산을 가압류하겠다고 버티고 있다.
▽기업구조조정, 어떻게 될까〓한편에선 다음달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발효되면 법률적 근거하에서 지원이 이뤄지는 만큼 개별 금융기관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그러나 G투신사의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면죄부에도 불구하고 ‘개인 재산의 침해’라는 근본적인 문제는 남을 것”이라며 “위헌소송 등을 벌이면 어떤 결론이 날지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투신사들은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 법률적 근거없이 이뤄졌던 과거 부실기업 지원은 수년 뒤 ‘대우채 소송’과 동일한 문제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몸을 사린’ 투신권이 부실기업의 지원을 꺼려 채권단의 75%(채권액 기준) 이상으로부터 찬성을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일부 기업은 아예 ‘회생’이 아닌 ‘퇴출’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도 높다.
현대유화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현대유화의 금융기관 차입금은 총 2조1000억원이지만 투신사 보유분이 약 4000억원(2금융권은 9000억원)”이라며 “2금융권이 반대할 경우 법정관리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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