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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3월 29일 17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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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미국 하원 에너지·상무위원회의 감독·조사소위원회에서는 최근 일부 과학자들을 중심으로 실험 착수가 추진되고 있는 인간 복제의 타당성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청문회가 열렸다.
제임스 그린우드 소위 위원장은 1932년에 간행된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용감한 신세계'에 대량 생산된 인간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언급한 뒤 "이제 인간 복제 가능성은 소설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이야기가 됐다"며 "이에 관한 과학기술에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느냐"고 화두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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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복제 금지 美 입법 추진 |
▽인간복제 옹호론= 인간복제를 추진하고 있는 파노스 자보스 전 켄터키대 교수는 "자손과 함께 가정을 이루는 것은 인간의 권리"라며 "불임부부들에게 인간복제 기술을 제공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간복제를 통해 탄생하는 아기는 기형이 되거나 치명적 결함을 갖게 될 위험이 있다는 비판론을 일축하고 "우리는 아기의 시체나 기형아들을 딛고 그 위에서 인간복제를 성취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니(아라비안 나이트의 '알라딘'에 나오는 램프의 요정)는 이미 병 밖으로 나왔다"며 인간복제 금지론자들은 인류를 달로 인도한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되지 않겠다는 사람들 이라고 주장했다.
생후 10개월만에 사망한 남자 아이의 복제를 추진하고 있는 브리짓 보이셀리어 교수(해밀턴 대)는 "인간 복제는 동물 복제와는 달리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다"며 "의회에서 과학연구의 자유와 생식(生殖)선택에 관한 자유를 존중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지구인은 외계인의 후손이라고 주장하는 종교집단의 지도자 라엘은 서면증언을 통해 "전통적인 종교는 언제나 과학의 진보를 반대해왔다"며 "아무 것도 과학의 진보를 막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세계적으로 5만5000명의 추종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라엘은 인간복제가 인류의 조상 및 영생의 신비를 밝혀내는 열쇠가 될 것이라며 보이셀리어 교수가 책임자로 있는 '클론에이드'라는 회사의 인간복제 실험을 지원하고 있다.
▽인간복제 반대론= 빌리 토진 의원(공화)은 "인간복제 및 그에 관한 실험은 인간의 본성을 위협하는 것으로 과학적 의학적 윤리적 도덕적 문제 뿐만아니라 궁극적으로 미국이 맞서 풀어야 할 정책적 문제를 야기한다"며 "인간복제를 불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리프 스턴즈 의원(공화)은 "인간복제가 처음엔 순수한 의도에서 시작되더라로 나중엔 인간의 우열을 가르는 과학적 기준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보비 러시 의원(민주)은 "인간복제를 영원히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복제금지법안을 의회에 제출한 브라이언 커언즈의원(민주)은 "우리는 과학과 의학 분야의 연구와 발전을 질식시키려는 것이 아니라 인간복제만을 금지시키려는 것"이라며 "이 문제에 관해 국제적인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생명공학업계를 대표해서 증인으로 출두한 토머스 오카마(게론 코퍼레이션 회장)는 "인간복제는 기술적으로 너무 위험하며 너무 많은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반대의사를 밝혔다.
97년 복제양 돌리의 탄생에 관여했던 루돌프 제니시 교수(MIT대)는 "돌리가 탄생하기 까지 복제실험이 276번이나 실패했고 돌리는 현재 비만 외에도 다른 문제점을 갖고 있을 수 있다"며 "복제된 생명체 중 정상인 것은 아마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간복제시 기형 여부를 사전에 검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현존하는 기술로는 복제아의 기형 여부를 출산 전에 확인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가까운 장래에는 그같은 기술을 개발할 수 없을 것 이라고 반박했다.
▽미국의 인간복제 규제현황= 빌 클린턴 전대통령은 97년 인간복제 연구에 대한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을 5년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인간복제를 규제하는 법안은 아직 의회에서 마련되지 않은 상태여서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는 민간 차원의 인간복제 연구는 대부분의 주에선 가능하다.
캘리포니아, 미시건, 루이지애나, 로드 아일랜드 등 4개 주에서만 민간 차원의 인간복제 실험까지 금지하고 있다.
<워싱턴=한기흥특파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