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비례공천 원점으로… 지도부 바꿔 명단 다시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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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대표-최고위원 전원 사퇴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위 사진 왼쪽)가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 대표는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공천 논란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바로잡아 승리의 길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비례명단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당사를 나서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위 사진 왼쪽)가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황 대표는 통합당의 비례대표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공천 논란에 대해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바로잡아 승리의 길로 되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비례명단 파동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 사퇴 기자회견을 한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당사를 나서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자매 정당인 미래한국당 당원 선거인단이 19일 공천관리위원회가 수정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부결시킨 데 이어 한국당 지도부가 총사퇴하면서 야권이 적전 분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당은 새 지도체제를 구성해 공천 명단을 전면 재작성할 방침이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응해 투트랙 총선을 치르려 했던 보수진영의 선거 전략에 이미 상당한 흠집이 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당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3번) 등 통합당 영입인재 4명을 20번 이내로 재배치한 공천 명단 수정안을 선거인단 투표에 부쳤지만 찬성 13표, 반대 47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당원들이 한선교 대표에 대한 불신임을 결의한 것이란 해석이 나오자 한 대표도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한 대표는 투표 직후 사퇴 의사를 밝히며 “부패한 권력이 참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저의 계획을 막아 버리고 말았다”며 통합당 황교안 대표 측을 겨냥했다. 한 대표는 이후 탈당 여부에 대해 “생각은 해보겠다. 지금은 쉬러 지방에 내려왔다. (생각을) 좀 정리하고 올라가겠다”고 답했다.

한국당은 20일 의원총회를 열어 원내대표를 선출한 뒤 대표 권한대행을 맡길 예정이다. 당헌에 따르면 대표 권한대행은 최고위원 2명과 정책위의장 임명권을 갖는 등 당 대표와 똑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통합당에서 탈당해 한국당으로 입당한 원유철 의원이 맡고 통합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인재 충원을 주도했던 염동열 의원이 사무총장을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비례대표 후보 명단과 관련해 조훈현 한국당 사무총장은 “당헌 부칙 4조에 의거해 신임 지도부가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1대 총선에만 적용되는 이 조항은 당 최고위가 ‘별도의 방법과 절차’로 공천 명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새로 구성될 최고위는 공천 명단을 직접 만들거나 새로운 공관위를 구성해 논의하는 방안 중 하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등록 마감(27일)까지 시간이 촉박한 만큼 공관위를 또 만들기보다는 최고위가 직접 공천 명단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이날 선거인단 투표 전 한국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통합당 황 대표와 당원의 뜻을 모아서 한 대표를 선출했는데 (공천을) 자기들끼리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항의 시위를 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한 대표와 공병호 공관위원장이 만든 명단 수정안이 생색내기라는 평가가 나왔다.

앞서 황 대표는 이날 아침부터 최고위원회의에서 작심한 듯 발언을 쏟아내 사실상 ‘한선교 한국당 체제의 붕괴’를 예고했다. 황 대표는 “(한국당 공천이) 국민께 큰 실망과 염려를 안겨 드리게 돼 안타깝고 송구한 마음이다. 구태 정치, 나쁜 정치와 단절할 것”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한국당 공관위가 최고위의 재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여 수정한 공천 명단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도 “정치는 약속”이라며 “약속을 쉽게 저버리는 정치인을 보면서 약속을 바위처럼 무겁고 들풀처럼 겸손하게 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한다”고 적었다.

하지만 보수진영에서는 난데없이 모(母)정당과 비례정당의 공천 갈등이 확대되면서 2016년 총선 ‘진박(진짜 박근혜) 공천’ 파문처럼 자중지란에 따른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통합당은 올해 초부터 보수통합과 공천 물갈이로 당 지지율이 상승하는 국면이었지만 이번 비례대표 갈등으로 다시 한번 ‘공천 파동 프레임’에 빠져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당 핵심 관계자는 “여론을 파악해 보니 한 대표의 비례대표 명단에 대한 의혹과 의구심이 더 많았다”면서 “다소 잡음이 있더라도 서둘러 비례대표 공천의 판을 새로 짜는 게 선거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성열 ryu@donga.com·이지훈 기자
#미래통합당#비례공천#미래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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