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 명소로 떠오른 서귀포, 스포츠 메카로 탈바꿈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6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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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월드컵경기장 내에 마련된 트레이닝센터. 48종 142점의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를 갖추고 있다. 서귀포시청 제공.
제주월드컵경기장 내에 마련된 트레이닝센터. 48종 142점의 웨이트트레이닝 기구를 갖추고 있다. 서귀포시청 제공.

마라톤과 축구, 야구, 철인3종, 골프에 이어 사이클, 울트라마라톤까지….

‘삼다도’ 제주의 서귀포시가 전천후 스포츠 메카로 탈바꿈하고 있다. 겨울이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다양한 종목들이 전지훈련을 하는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축구장과 야구장 등 다양한 스포츠시설을 갖춘 강창학종합경기장. 서귀포시청 제공.
축구장과 야구장 등 다양한 스포츠시설을 갖춘 강창학종합경기장. 서귀포시청 제공.

서귀포시에 따르면 2018년 25개 종목 1510개 팀 3만5903명이 서귀포 전지훈련을 다녀갔다.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마라톤, 테니스, 등 프로 및 엘리트 선수들이 겨울철 진지훈련지로 서귀포를 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반일운동이 확산되면서 서귀포 전지훈련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축구와 야구, 농구 등 프로구단들이 겨울이면 일본 미야자키나 구마모토, 오키나와 등으로 전지훈련을 떠났는데 속속 국내 전지훈련을 검토하고 있다. 서귀포시는 “프로축구 포항 스틸러스 등 국내 구단과 중국의 상하이 상강, 베이징 궈안 등이 내년 초 서귀포를 찾는다”고 밝혔다.

서귀포가 스포츠 천국으로 떠오른 이유는 연평균 섭씨 16.8도(겨울 12.6도)의 따뜻한 날씨에 다양한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남원 표선 성산 안덕 대정까지 스포츠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서귀포 일대에만 축구장이 20개(천연 6개)가 있고 야구장과 테니스장, 실내체육관 등을 갖추고 있다.

‘서귀포시의 자랑’ 제주월드컵경기장. 서귀포시 제공.
‘서귀포시의 자랑’ 제주월드컵경기장. 서귀포시 제공.
가장 유명한 곳이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장’으로 평가받은 제주월드컵경기장이다. 프로축구 제주 유나이티드의 홈 경기장으로 쓰이고 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는 최근 전지훈련을 온 선수단이 체계적으로 훈련할 수 있도록 200여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트레이닝센터도 갖췄다. 1258㎡의 면적에 48종 142점의 최신 웨이트트레이닝 기구가 구비돼 있다.

2005년 개장해 한국 마라톤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는 서귀포동아마라톤센터. 동아일보 DB.
2005년 개장해 한국 마라톤의 메카 역할을 하고 있는 서귀포동아마라톤센터. 동아일보 DB.

서귀포의 또 다른 자랑 동아마라톤센터가 자리하고 있는 강창학종합경기장도 종합 시설을 갖췄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감독이 ‘4강 신화’의 전초기지로 활용했던 강창학종합경기장(47만6520㎡)은 육상 트랙을 갖춘 천연축구장 2개면, 야구장 2개면, 리틀야구장, 실내야구연습장, 인라인롤러장이 있다. 실내육상장도 마련돼 있다.

서귀포동아마라톤 센터는 서귀포시가 땅을 제공하고 동아마라톤꿈나무재단이 30억 원을 투자해 2005년 말 완공된 국내 최초의 마라톤 전문 훈련센터이다.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에 호텔급 22개 방(2, 4, 8, 10인실, 스위트룸)을 갖췄고 4km 크로스컨트리장도 있다. 마라톤 등 육상 선수들과 철인3종 선수들이 강창학종합경기장 육상트랙과 크로스컨트리장에서 훈련할 수 있다.

전지훈련 유치를 위래 마련한 공천포전지훈련센터. 서귀포시청 제공.
전지훈련 유치를 위래 마련한 공천포전지훈련센터. 서귀포시청 제공.

제주공천포전지훈련센터, 서귀포테니스장, 중문단지축구장 등을 갖춘 서귀포시는 조만간 5000석 규모 야구장도 추가로 지을 계획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야구장 시설이 적다는 판단에 야구장을 지어 전지훈련은 물론 대회까지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는 전지훈련팀을 위해 특별한 서비스도 제공한다. 공공체육시설을 무료로 개방하고 공항과 숙소를 오가는 선수단 수송버스를 지원한다. 전지훈련팀 상해보험을 가입해 부상 걱정을 덜 수 있게 했고 부상선수들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과 무료 진료도 운영하고 있다. 특히 2011년에 대한선수트레이너협회와 업무협약(MOU)을 맺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재활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진료는 대한스포츠의학회 소속 의사 7명이 방문 진료 형식으로 진행한다. 전지훈련이 대회 및 리그로 확대될 경우에는 심판과 진행요원까지 지원한다. 제주 특산품인 감귤과 음료등도 제공하고 서귀포시의 직영관광지는 무료로 입장하는 혜택도 준다.

서귀포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훈련으로 지친 심신을 달래기엔 최적이다.

보기만 해도 가슴 뚫리는 자연에 곳곳에 널려 있다. 천지연, 천제연, 정방폭포 등 3대 폭포와 대포 주상절리, 성산 일출봉, 섭지코지, 산방산, 서귀포자연휴양림, 중문색달해수욕장, 표선해수욕장…. 이중섭미술관, 서복기념관, 감귤박물관 등에서 예술과 역사, 제주의 맛에 흠뻑 젖을 수 있다. 갈치와 고등어는 물론 황돔, 돌돔, 벵에돔, 방어…. 회는 물론 조림과 구이로 입맛대로 즐길 수 있다. 전복, 오분자기, 소라 등 해물도 풍성하고 멜젓에 찍어먹는 흑돼지 구이도 일품이다.

서귀포를 비롯해 제주가 스포츠 전지훈련지로 시작된 시기는 1970년대다. 당시 해외전지훈련을 가지 못하는 육상국가대표팀이 캠프를 차리면서 알려지게 됐다. 당시 육상 대표선수로 전지훈련에 참가했던 황규훈 전 삼성전자육상단 감독(66)은 “날씨가 따뜻해 마치 해외에 온 느낌을 받았다. 당시엔 시설이 별로 없었지만 육상 장거리와 마라톤 훈련을 하기엔 좋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실업 및 대학 마라톤팀이 제주를 찾았고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다양한 종목이 찾는 명소가 됐다. 각종 명문 골프장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골퍼들의 천국이 된 제주는 올레길까지 생기며 걷는 사람은 물론 사이클과 울트라마라톤을 즐기는 마니아들까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찾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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