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은 콘텐츠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인데,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에서는 철저히 배제되어 있습니다. 장르별로 나뉜 국가의 콘텐츠 지원 체계를 IP(지식 재산) 산업 관점에서 다시 봐야 합니다.”
이 말은 지난 5월말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딜사이트 게임 포럼에서 채종성 법무법인 율촌 조세대응팀장이 한 말입니다. 당시에 채 팀장은 해외에서는 장르별로 게임만 분리해 배제하는 사례를 찾기 어렵고, IP 가치사슬 관점에서 게임, 영화, 드라마, 웹툰, 애니메이션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필요성을 크게 강조했습니다.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채종성 법무법인 율촌 조세대응팀장. 출처: 게임동아
이처럼 게임 세액공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현재의 조세특례제한법 제25조의 6을 살펴보면, 영상 콘텐츠 분야는 국내외에서 발생한 비용 중 일부를 소득세 또는 법인세에서 공제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이 여기에 해당되며, 연초에 웹툰도 별도 조문으로 세액 공제가 되도록 조치되었습니다. 유독 게임만은 제외되어 있는 형태입니다.
현재 일본이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를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고, 영국과 프랑스 등도 게임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럽 일부 국가는 손실 기업에도 현금으로 돌려주는 환급형 제도를 두고 게임업계를 지원하고 있죠.
국내 게임업계는 콘텐츠 수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도 세금공제에서 차별을 받고 있으니, 불만이 폭증할만도 합니다.
콘텐츠 세액공제는 영상 콘텐츠의 경우 ‘처음으로 방송되거나’, ‘영화 상영관에서 상영되거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를 통하여 시청에 제공’된 과세연도 법인세(소득세)에서 기본 공제 및 추가 공제의 세액공제가 진행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영상콘텐츠 제작비용의 15%를, 중견기업은 제작비용의 10%를, 일반기업은 5%를 공제받는 형태이며, 국내 지출비율 80% 이상이면서 내국인 출연료 비율이 80% 이상이거나 후반 제작에 든 비용 중 국내 지출 비율이 80% 이상 등인 경우에도 세액공제가 이루어집니다.
기업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형태라는 걸 알 수 있죠. 만약 게임에도 세액공제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많은 청년 고용과 연계가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게임 제작비의 상당 부분은 인건비이고, 제작비 세액공제는 기업이 직접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도록 유도하는 제도라는 점에서 재정 효율성도 커질 것이 자명합니다.
방송이나 영화보다 게임이 오히려 더 세액공제에 적합한 콘텐츠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방송이나 영화는 공개 이후 추가 제작이 제한적인 반면, 게임은 출시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기 때문입니다. 현지화, 업데이트, 시즌 콘텐츠, 시스템 개선 등 게임을 출시한 후에도 끊임없이 추가 창작 활동이 계속 발생하기 때문에 기업이 창작 인력을 고용하고 프로젝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세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입니다.
또한 게임은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기 어렵고 실패 위험은 제작사가 감당하지만, 성공했을 때의 긍정적 외부효과는 사회 전체가 향유되는 형태입니다. 이런 산업을 시장에만 맡기면 사회적으로 필요한 수준만큼 콘텐츠가 생산되기 어려울 수 있겠죠. 게임업계 세액공제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조세틀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한 조승래 의원. 제공=의원실다행인 것은 지난 6월 23일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콘텐츠 제작 비용 세액공제 제도를 게임과 음악산업까지 확장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점입니다.
개정안은 세액공제 대상을 명시한 조문의 ‘영상 콘텐츠’를 ‘문화 콘텐츠’로 변경하고 공제 대상 문화 콘텐츠 항목에 게임물과 음반·음악파일·음악영상물 등을 포함한 것이 골자입니다. 조승래 의원은 이 법안 발의와 함께 “게임과 음악은 이미 대한민국의 문화 경쟁력을 세계에 증명하고 있는 핵심 산업”이라며 “정작 제도는 과거 산업 구조에 머물러 있는 만큼, 수출 효자 산업에 걸맞은 조세 지원 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죠.
현재 게임업계는 상당한 위기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거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 게임들이 밀려들어오고 있고, 이들이 국내 게임시장에 수십억 수백억을 들여 마케팅을 도배하다시피 하고 있죠. 이미 한국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게임 퀄리티도 올라가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힘에 부친다는 반응이 나옵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순위만 봐도 매출 탑10에 중국 게임들이 6~7개 포진하고 있는 중이죠.
나아가 콘솔 게임 쪽은 일본 게임사들의 활약이 굉장히 두텁습니다. 국내에서도 ‘붉은 사막’, ‘P의 거짓’, ‘스텔라 블레이드’ 등 주목할만한 게임이 나오긴 했지만 일본의 ‘포켓몬’ 시리즈나 ‘슈퍼마리오’, ‘바이오 하자드’ 등에 비교하면 중과부적이라고 할 만큼 갈 길이 멉니다.
게다가 콘텐츠의 주도권이 서서히 ‘숏폼’ 영상 등으로 넘어가고 있는 점도 문제입니다. 짧은 시간에 즉각적인 재미를 주는 숏폼 콘텐츠 소비가 늘어나면서 진입장벽이 높은 게임에서 이탈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죠.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발간한 2025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서 최근 1년간 게임 이용률이 50.2%로 전년 대비 9.7%p 감소됐다는 통계도 나왔습니다.
이렇게 사면초가에 몰린 게임업계에 세액공제라는 카드가 나왔으니, 환영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세액공제 법안이 잘 통과되어, 국내 게임산업이 더욱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콘텐츠 수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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