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장관 “노사만의 몫 아냐” 발단
“단기 성과급으로 소진하기보단 혁신 투자해 미래 경쟁력 키워야”
“법인세-일자리 창출로 이미 기여”
강제적 공유 압박 부작용 우려도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가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4만여 명의 조합원은 사측에 성과급 상한제 폐지, 영업이익 1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평택=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막대한 이익에 대한 ‘분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영업이익의 15%(약 45조 원 추산)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노사 갈등이 가시화되자 반도체 성과가 과연 단일 회사만의 힘으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한 지적도 나오는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삼성전자 실적은 노사만의 결실은 아니다”라며 공론화의 신호탄을 쐈다. 반도체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서 정부의 인프라 제공, 주주와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지원으로 성장한 만큼 책임감 있는 분배 논의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 김정관 “반도체 성과, 노사만의 결실인가”
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삼성전자 노사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삼성전자의 실적에는 수많은 인프라, 수많은 협력기업, 400만 명이 넘는 소액주주, 국민연금(지분 약 7.8% 보유) 등이 연결돼 있다”며 “현재 발생한 이익을 회사 구성원들만 나눠도 되는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1∼3월) 영업이익이 57조 원인 데다 올 한 해 30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반도체 초호황의 결실은 노사뿐 아니라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고려돼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그간 반도체 초호황에 따른 이익의 분배 문제는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로 불거졌지만 곧이어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은 주주’라며 가세해 확대된 바 있다. 이에 더해 김 장관은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도 봐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특정 산업에 막대한 부가 쏠릴 때 분배 논쟁이 점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초양극화 현상이 대두될 때마다 이익 공유나 횡재세 같은 의제로 확대돼 격론이 일었다. 2011년 이명박 정부 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커지자 정운찬 당시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언급해 재계가 반발한 바 있다.
미국 역시 빅테크의 사회적 기여가 필요하다는 논란이 진행 중이다. 빅테크가 몰린 미 캘리포니아주는 순자산 10억 달러 이상 부유층에게 일회성으로 5%의 세금을 매기는 ‘억만장자세(Billionaire Tax Act)’ 도입이 추진돼 11월 주민투표를 앞두고 있다. 빅테크 경영진 상당수가 대상이 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세금을 내고, 인재가 있는 실리콘밸리에 머물겠다”고 했지만 진보진영 대표주자 개빈 뉴섬 주지사조차 “부유층이 캘리포니아를 떠날 것”이라며 반대하는 등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 “결국 미래 혁신이 사회 기여”
하지만 강제적인 이익 공유 압박은 결국 기업의 혁신 동력을 꺾는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반대한다. 게다가 실적 호조로 올해 영업분에 대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는 10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실한 법인세 납부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미 사회와 성과를 나누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성과급을 받는 근로자들은 높은 소득세를 내고, 삼성전자 역시 막대한 이익에 비례하는 법인세를 납부하는데 여기서 무엇을 더 내놓으라는 것인지에 대한 반발이 생길 수 있다”고 짚었다.
팹(공장) 하나 증설에도 수십조 원이 들고, 경기 변동과 시장 판도에 따라 막대한 손해를 볼 수 있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미래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는 것이 결국 사회 기여라는 주장도 나온다. 김 장관도 “반도체 산업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경쟁력을 유지하는 산업인데 (글로벌) 격차는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며 “현재 이익과 미래의 경쟁력 간 조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이익을 단기적인 성과급으로 소진하기보다는 미래 경쟁력 확보와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과감하게 재투자하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가장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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