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고객 ‘갑’일수록 직원 지쳐… 감정노동 줄이는 서비스 설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월 12일 00시 30분


현장 직원 번아웃 막으려면
고객과의 권력관계 완화하고
자율성과 선택 존중해야

고객과 접촉하는 현장 직원들은 감정 노동으로 지치고 에너지가 소진되기 쉽다. 그러나 서비스를 잘 설계하면 직원도 고객과의 상호 작용을 즐거운 시간으로 기억하고 활력을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싱가포르 난양공대 경영대와 프랑스 이엠(EM)리옹 비즈니스스쿨 연구진은 현장 서비스가 감정 노동이라는 시각에서 벗어나 언제 고객과의 상호 작용이 직원에게 에너지를 주는지 탐구했다. 그리고 고객 응대에도 직원들이 정서적 활력을 얻는 경우를 찾기 위해 휴양 리조트 기업에서 수년간 현장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고객 접촉이 번아웃을 낳지 않고 직원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거나 재충전시키는 상황은 크게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집단적인 상호 작용, 속칭 ‘열광적 모임’이 이뤄지는 경우다. 이는 공연이나 파티, 이벤트처럼 수많은 고객과 직원이 같은 공간에서 함께 춤을 추거나 쇼를 즐기는 대규모 모임을 가리킨다. 물리적으로 같은 곳에서 서로 같은 대상을 보면서 비슷한 감정이나 분위기를 공유할 때 직원과 고객 모두 강한 정서적 에너지를 얻었다. 이때 직원은 단순히 일방적인 ‘서비스 제공자’가 아니라 ‘무대 위 주인공’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두 번째는 소규모의 상호 작용, 속칭 ‘친밀한 버블’이 이뤄지는 경우다. 이는 식사나 개인적 대화처럼 소규모로 이뤄지는 친밀한 만남이다. 이 버블에서는 고객과 직원이 서열을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연결되고 자연스러운 공감대가 형성된다. 이런 순간에는 강도는 낮지만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성됐다.

직원이 에너지를 얻는 두 가지 경우 모두 핵심은 ‘권력관계’에 있었다. 본래 서비스는 권력관계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서비스 업종에서의 상호 작용은 본질적으로 비대칭적 위계 구조를 가진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고객은 명령자, 직원은 수행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는 감정 소진이 발생한다. 그러나 고객과의 지위 격차가 완화되거나 직원이 의무가 아닌 선택에 의해 상호 작용하는 등 자율성이 존중될 때는 직원들이 소진되지 않았다.

이처럼 서비스 혁신의 초점은 ‘고객 만족’만이 아니라 ‘직원 만족’에도 있다. 직원이 에너지를 얻는 구조를 설계하지 못한다면 제아무리 좋은 서비스도 피상적이고 일시적인 친절에 그칠 뿐 지속될 수 없다.

따라서 서비스 기업들은 직원의 지위와 자율성을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한다. 직원이 주목받는 순간 또는 주도권을 가지는 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무조건 매뉴얼대로 응대하게 하기보다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유쾌한 기내 방송처럼 직원과 고객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직원이 서비스 제공자라는 역할에서 벗어나 고객과 대등하게 소통하며 쉴 틈을 마련해야 한다. 고객과 함께하는 조깅, 사이클링 투어 등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경영진의 과도한 통제는 직원의 일상적 업무를 ‘강요된 노동’으로 만든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감정노동#현장직원#고객상호작용#열광적모임#친밀한버블#직원자율성#직원만족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