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노동시간 줄여 주4일제로 가야…최소 30조 추경 제안”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2월 10일 10시 08분


교섭단체 대표 연설…“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5.2.10/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회복과 성장’을 주제로 제422회 국회(임시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2025.2.10/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민생과 경제회복을 위해 최소 30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추경 규모 관련 구체적인 숫자를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 대표는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정부는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헌정 사상 최초로 야당의 감액안만 반영된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올해 추경 편성 시점과 규모를 두고 여야의 샅바 싸움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 “진보정책-보수정책 총동원”

이 대표는 이날 ‘기본사회’, ‘공정 성장’ 등을 강조하며 그동안 보여왔던 ‘우클릭’ 행보와 더불어 진보 진영을 다독이는 발언을 이어갔다. 좌우를 모두 살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는데, 이에 대해 그는 “진보정책이든 보수정책이든 유용한 처방이라면 총동원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찬반 논란이 거센 반도체 분야에서의 ‘주 52시간 근로 예외 적용’과 관련해서 “특별한 필요 때문에 불가피하게 특정영역의 노동시간을 유연화해도 그것이 총노동시간 연장이나 노동대가 회피수단이 되면 안 된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보수 진영의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근로 제한 예외 적용’ 주장에 대해 유연화 가능성을 내비치면서도 진보 진영의 우려를 다독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자신의 대표 의제인 ‘기본사회’도 다시 꺼내들었다. 그는 “당력을 총동원해 ‘회복과 성장’을 주도하겠다”며 “‘기본사회를 위한 회복과 성장 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도 말했다. 또 ‘공정 성장’ 화두를 강조하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이 더 나은 세상의 문을 열 것”이라고 했다.

연금개혁과 정년 연장 관련 화두도 던졌다. “AI시대를 대비한 노동시간 단축, 저출생과 고령화,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하려면 ‘정년 연장’도 본격 논의해야 한다”며 “연금개혁처럼 당장 할 수 있는 것도 있는데 더이상 불가능한 조건 붙이지 말고 시급한 모수개혁부터 매듭짓자”고 했다.

그는 “보험료율 13%는 이견이 없고 국민의힘이 제시한 소득대체율 44%는 민주당의 최종안 45%와 1% 간극에 불과하다”며 “당장 합의 가능한 부분부터 개혁의 물꼬를 틔우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인공지능(AI)과 첨단기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은 ‘노동시간 단축’으로 이어져야 한다”며 “창의와 자율의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4.5일제’를 거쳐 ‘주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를 살리는데 이념이 무슨 소용이며, 민생을 살리는데 색깔이 무슨 의미인가”라며 “함께 잘 사는 세상을 위해 유용하다면 어떤 정책도 수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먹사니즘’을 포함해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잘사니즘’을 새로운 비전으로 삼겠다”고 했다.

● 야권 대선 후보 단일화 시동 “헌정수호연대 구축”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은 민주공화정의 가치를 존중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 ‘헌정수호연대’를 구성하고, ‘헌정파괴세력’에 맞서 함께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야권 단일화에 시동을 걸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최근의 정국 상황에 대해서 “법원, 헌법재판소, 선거관리위원회까지 헌법기관에 대한 근거 없는 불신과 폭력이 난무한다. 헌법원리를 부정하는 ‘반헌법, 헌정파괴 세력’이 현실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라고 진단하며 이같이 밝혔다.

또 “국민의 삶과 국가의 미래를 망치며 비루한 사익과 권력을 좇던 ‘헌정파괴세력’이 여전히 반란과 퇴행을 계속 중”이라며 “우리의 강한 민주주의는 이 어둠과 혼란을 걷어내고 더 밝은 미래와 더 활기찬 희망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지만 결국 국민이 한다. 민주당이 주권자의 충직한 도구로 거듭나 꺼지지 않는 ‘빛의 혁명’을 완수할 것”이라며 “‘민주적 공화국’의 문을 활짝 열겠다. 그 첫 조치로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선 “한미동맹은 우리 외교·안보의 근간이며, 첨단기술 협력과 경제발전을 위한 주요자산”이라며 “자유민주진영의 도움으로 국가체제를 유지하고 성장발전해 온 우리는 앞으로도 자유민주진영의 일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행하고 있는 ‘관세 전쟁’에 대해선 “국회 차원의 통상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다시 제안한다”고 했다.

북한과 관련해선 “강경일변도 대북정책에 따른 남북관계 파탄과 북러밀착으로 한반도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사라진 대화 속에 평화는 요원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어느 때보다 군사대비태세를 확고히 하고, 북핵 대응능력을 제고하는 한편, 소통창구는 열고 대화노력을 병행해야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 의지를 밝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북측에 대화복귀를 촉구하고, 북미대화에서 소외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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