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침법으로 이명 · 어지럼증 치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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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의 名醫를 찾아서]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사진 김도균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사진 김도균
서울 강남구 수서역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갑산한의원. 난치병으로 알려진 이명과 어지럼증을 침으로 다스린다는 이상곤 한의학 박사가 원장으로 있는 곳이다. 전직 대통령 중 한 분의 한방 자문의로 활동한 적도 있는 그는 허임의 보사침법을 400년 만에 복원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임은 선조와 광해군 당시 침의(치종교수)로 활약한 인물로, 우리 역사를 통틀어 가장 침을 잘 놓아 ‘조선제일침(朝鮮第一鍼)’ ‘태의(太醫)’로 불렸다. 허임이 고안한 ‘보사침법(補瀉鍼法)’은 한중일 침법을 집대성한 독창적 침법으로, 선조와 광해군 그리고 인조에 이르기까지 조선 임금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박사는 30여 년 전 경상북도 경주 안강에서 갑산한의원을 개업한 지 10여 년 만에 20만 명에 이르는 전국의 귓병, 콧병 환자를 침과 한약으로 다스려 명성을 쌓았다. 그 덕분일까. 개업의였던 그는 전례 없이 대구한의대학교 한방 안이비인후피부과 교수로 스카우트됐고, 대구한의대 한방병원 진료부장까지 지냈다. 또한 조선 임금과 백성들의 병력(病歷)과 치료법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많은 책을 썼는데, ‘낮은 한의학’ ‘왕의 한의학’과 소설 ‘조선제일침 허임’ 등이 그것이다. 그가 쓴 소설은 tvN 드라마 ‘명불허전’의 모티프가 됐다.

이명·어지럼증 치료를 위해 침 이외에 귀 뒤편에 붙이거나(맨 아래, 붙이는 청음고) 귓속에 바르는 외용 약물(검은색, 바르는 청음고)도 사용한다. 흰색은 용뇌고, 노란색은 통기고이다. 사진 김도균
이명·어지럼증 치료를 위해 침 이외에 귀 뒤편에 붙이거나(맨 아래, 붙이는 청음고) 귓속에 바르는 외용 약물(검은색, 바르는 청음고)도 사용한다. 흰색은 용뇌고, 노란색은 통기고이다. 사진 김도균
이명과 어지럼증은 치료가 어렵다고 알려져 있다. 혹 전조 증상이 있나.

“귀 막힘 증상이 먼저 찾아오는 환자가 많다. 이때 잘 대응하면 본격적인 귀 질환이 오기 전 예방할 수 있다.”

귀 막힘 증상은 어떤 것인가.

“귀가 “먹먹하다” “답답하다” “멍하다”고 호소한다. 특히 내 목소리가 귓속에서 울리거나 내가 호흡하는 소리가 들리는 경우도 있다. 소리가 잘 안 들리는 환자가 제일 많은데, 이 때문에 돌발성난청이나 메니에르증후군과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귀 막힘 증상을 방치하면 이명과 어지럼증이 갑자기 찾아온다.”

귀 막힘 증상의 원인 질병이 있나.

“귀 막힘이 일어나는 부위는 코와 귀 사이에 있는 귀인두관이다. 코나 편도 근처에 있다 보니 비염이나 편도 상인두염의 후유증으로 생기기도 하고, 장기간의 과로나 스트레스로 발생하기도 한다. 여성들의 경우 여성호르몬 이상이나 피임약 등과 관련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심한 다이어트 후에 생긴 이관개방증이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은 귀 막힘에 대해 “오장(五臟)의 기(氣)가 궐역(厥逆)하면 귀가 꽉 막혀 잘 들리지 않는데, 이때 어지러운 증상을 동반한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서 궐역은 혈맥이 정상적으로 돌지 않는 상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요즘 말로 하면 과로나 스트레스가 극심해 진이 빠진 상태를 의미한다.”

이명의 주요 증상과 원인은 무엇인가.

“자각적 이명이 제일 많다. 소리원이 없는데 자신의 귀에만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이다. 일반적으로 ‘붕’ ‘고’ ‘보’ 하는 낮은 소리가 들리거나 귀가 막힌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저음성 이명이라고 하고, 반대로 ‘딱딱’ ‘삐’ 등 금속음이나 전자음과 비슷한 높은 소리가 나는 것을 고음성 이명이라고 한다. 고음성 이명의 경우는 난청을 수반하기도 한다. 이는 귀 질환이 원인인 경우도 있고, 신경과 뇌의 장애나 당뇨병·고혈압증 등의 전신성 질환이 원인일 때도 있다. 폐경기 여성은 갱년기장애로 발생하거나, 과도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도 많다.

한의학에선 이명을 ‘귀울음’이라고 한다던데.

“이명은 한자로 ‘耳鳴’이라 쓴다. 한의학이 이명을 ‘귀소리’라 하지 않고 ‘귀울음’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만큼 심적으로 고통스러운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으로 말하면 스트레스다. 한방에선 귀가 차가워야 건강하다고 본다. 뜨거운 것에 손을 데었을 때 무의식적으로 귓불을 만지는 것도 귀가 차기 때문이다. 차가워야 정상인 귀가 열받아 더워지면 병적인 상태로 간다. 이게 바로 이명이다. ‘동의보감’에서는 귀울음의 원인을 스트레스와 과로, 원기 허약으로 규정한다. 차가워야할 귀가 열을 받으면 소리를 내고, 심신이 허약해지면 몸의 보일러 역할을 하는 신장 명문의 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어지럼증이 귀와도 관계가 깊은가.

“현대 의학에서는 어지럼증의 원인으로 귀에 돌이 생기는 이석증, 메니에르증후군, 전정신경 이상이 가장 많다고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어지럼증을 실증(實症)과 허증(虛症)으로 나누는데, 실증은 스트레스나 화증(火症)으로 인한 것이 많고 허증은 소화기의 허약과 관련짓는 경우가 많다. 소화기가 약했던 조선시대 영조는 곰탕을 먹으면서 어지럼증을 치료했고 백성은 지금의 소, 돼지의 지라를 먹고 치료했다.”

조선 임금들의 이명과 어지럼증을 치료했던 보사침법은 현실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했다. 10여 년 전에는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프로야구 선수가 찾아와 단 1회의 침 치료로 각종 증상이 사라지는 효과를 봤다. 이 외에도 극심한 이명으로 고생하던 퇴직자와 어지럼증에 시달리던 수험생 등 수많은 환자가 보사침법의 소문을 듣고 이 한의원을 찾는다.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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