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남기지 않게 먹을 만큼만”…유통업계 ‘소용량’ 열풍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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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가구 늘고 물가 올라 소포장 확산
GS25 ‘쁘띠컵밥’ 석달새 20만개 팔려
한솥 도시락 ‘밥 양 적게’ 선택 서비스
홈술족에 ‘반병 와인’도 날개 돋친듯

GS25 편의점에서 모델이 기존 도시락 메뉴의 절반 중량인 ‘쁘띠컵밥’을 살펴보고 있다. 소식 트렌드를 겨냥한 제품으로 출시 
3개월 만에 20만 개의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GS25 제공
GS25 편의점에서 모델이 기존 도시락 메뉴의 절반 중량인 ‘쁘띠컵밥’을 살펴보고 있다. 소식 트렌드를 겨냥한 제품으로 출시 3개월 만에 20만 개의 판매기록을 달성했다. GS25 제공
‘한 끼에 김밥 세 알, 둘이서 피자 한 조각….’

적은 양의 음식을 천천히 즐기는 ‘소식좌’(적게 먹는 사람)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한 번에 먹을 만큼만 즐길 수 있는 소용량·소포장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많이 먹는 것을 부각하는 먹방 콘텐츠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데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친환경 가치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인 가구가 늘고 물가 상승으로 인해 꼭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절약형 소비 패턴이 부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5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품명에 ‘미니’ ‘쁘띠’가 들어간 상품 개수는 2020년 63종에서 지난해 99종으로 57% 늘었고 관련 상품의 매출도 같은 기간 42% 증가했다. 편의점 GS25가 소식좌를 겨냥해 출시한 ‘쁘띠컵밥’ 시리즈는 출시 3개월 만에 누적 20만 개가 팔렸다. 도시락 중량을 기존 메뉴의 절반인 200g 내외로 줄이면서 가격은 김밥 한 줄 가격 수준인 2300원으로 낮춰 얇아진 지갑 사정까지 고려했다. GS25는 올겨울 인기 품목인 딸기 샌드위치도 처음으로 1조각 구성으로 출시했다.

한솥도 지난해 12월부터 고객이 밥 양을 적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솥 제공
한솥도 지난해 12월부터 고객이 밥 양을 적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한솥 제공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은 지난해 12월부터 소비자가 스스로 밥 양을 적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문 시 ‘밥 변경 단계’에서 ‘밥 양 적게’를 선택하면 기본 밥 양인 230g보다 80g 적은 150g의 밥을 제공한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을 판매하는 ‘가성비 도시락’을 주력으로 하던 브랜드조차 최근 소용량 상품을 찾는 소비자 니즈를 제품에 반영한 것이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맥주와 와인 등 주류 제품도 용량 줄이기에 나섰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해 10월 무알코올 맥주맛 음료 ‘하이트제로 0.00’의 소용량 버전인 240mL 캔 제품을 출시했다. CU, 이마트24 등 편의점에선 홈술족들을 겨냥해 용량을 와인 한 병(750mL)의 절반으로 줄인 ‘반병 와인’이 인기다. 과음 부담 없이 커피 한 잔 값(3000∼5900원)에 스페인, 칠레산 와인을 즐길 수 있어 최근 판매량이 20% 이상 늘고 있다.

이마트24는 홈술족들을 겨냥해 용량을 와인 한 병(750mL)의 절반으로 줄인 ‘소용량 와인’(375mL)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 제공
이마트24는 홈술족들을 겨냥해 용량을 와인 한 병(750mL)의 절반으로 줄인 ‘소용량 와인’(375mL)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24 제공
1인 가구 비율이 40%를 넘기는 등 장보기 풍속도가 달라진 점도 소포장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다. 혼자 먹기엔 부담스러운 과일을 쪼개서 파는 ‘조각 과일’이나 간편하게 때울 수 있는 1인용 밀키트 등이 대표적이다. 이마트24는 껍질을 제거하고 한입 크기로 자른 ‘껍질 없는 조각사과’와 세척할 필요없이 개봉 후 바로 즐길 수 있는 ‘컵 과일’을 판매 중인데 지난달 이들 조각 과일 제품군 매출이 전월 대비 26% 증가했다. 특히 1인 가구가 몰린 독신 주택가에서는 30% 넘게 증가했다.

홀로 자취 생활을 하는 회사원 이모 씨(37)는 “밀키트는 대부분 2인분 이상으로 나오는 등 음식을 사면 버리는 게 너무 많다. 버리는 음식 없이 한 끼에 먹기 적절한 양을 담은 소포장 상품에 손이 간다”고 말했다. 이런 수요를 겨냥해 CJ제일제당은 한 번에 먹기 어려웠던 피자의 단점을 해결한 1인용 사각 피자를, 이랜드는 애슐리 홈스토랑 인기 메뉴인 파스타 밀키트를 기존 2인분에서 1인분으로 줄여 출시했다. 삼진어묵은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양의 어묵간식 명품바를 출시했다.

최근 치솟는 물가도 소용량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싼 맛에 대량으로 구매했다가 날짜가 지나 버리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조금씩 사는 것이 더 알뜰한 소비라는 학습효과 때문이다. 홈플러스에서는 지난달 ‘작은 용기 즉석밥’ ‘작은 컵라면’ 등 제품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40% 늘었다. 같은 기간 샌드위치, 초밥, 샐러드 등을 판매하는 델리 코너 소용량 매출은 53%, 장보기 품목인 축산·수산류 제품군의 소포장 매출은 각각 14배, 17배씩 늘었다.

환경오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음식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도 늘고 있다.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버려지는 음식에 대한 거부감이 늘고 있는 것. 유통업계 관계자는 “새해 다이어트로 소식을 결심하는 고객이 늘면서 소용량 제품 구매가 증가하고 있다”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친환경 가치소비 트렌드로 인해 소포장 상품을 찾는 고객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동진 기자 shi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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