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장택동]80억 돌파한 세계 인구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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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인도에서는 경찰이 마을을 봉쇄한 뒤 주민들을 끌고 가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정부는 이들에게 강제로 불임 수술을 시행했다. 1975년에만 600만 명이 수술을 받았다고 한다. 인구가 폭증하며 6억 명을 넘어서자 가혹한 산아제한 정책을 펼친 것이다. 인도에서는 지금도 “둘만 낳자”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지만 매년 1000만 명 이상씩 인구가 늘어난다. 내년에는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인구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미니카공화국의 수도 산토도밍고에서 15일 다미안이라는 이름의 아이가 태어났다. 세계 인구가 80억 명을 돌파한 순간이다. 1974년 40억 명을 넘어선 지 48년 만에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세계 인구는 2080년경 104억 명을 기록한 뒤 2100년부터 줄어들 것으로 유엔은 예측한다. 하지만 의료 수준과 농업 기술의 발전 등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인구 증가 속도가 식량 증산보다 빨라 지구에 종말이 올 것’이라던 맬서스의 예측도 이런 변수들을 고려하지 못해 빗나갔다.

▷근래 세계 인구 증가는 저개발 국가들이 주도하는 추세다. 인도, 나이지리아 등 8개국이 그 중심에 서 있다고 유엔은 분석한다. 지역적으로는 아프리카의 인구 성장세가 가파르다. 현재 11억 명 선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인구는 2050년까지 2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높은 출산율과 보건 수준 개선이 맞물리면서 영아 사망률은 낮아지고 기대수명은 높아져서다. 이들 국가에서는 늘어나는 인구를 경제가 감당하지 못해 빈곤층이 양산되는 상황이다.

▷생산이 인간의 노동에만 의존했던 산업혁명 이전에는 인구가 곧 국력이었다. 그런 시대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경제에서 인구 규모는 중요한 요소다. 출산율 저하는 인구 고령화로 이어져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이런 이유로 인구 증가보다 ‘인구 절벽’을 더 걱정하는 국가들이 적지 않다. 30여 년간 강력한 ‘한 자녀 정책’을 실시했던 중국도 인구가 정체되고 고령자의 비중이 늘어나자 출산을 장려하는 쪽으로 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인구 증가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지구촌의 생활수준이 전반적으로 나아진 결과 사망자보다 출생자가 많아졌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하지만 인류가 지구의 자원을 더 빨리 고갈시키고 환경을 파괴할 위험성은 더 높아졌다. 국가 차원에서는 경제와 국방에 필요한 규모의 인구를 보유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할 보건과 복지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느냐에 따라 국가의 존망이 좌우되는 날이 올지 모른다.


장택동 논설위원 will71@donga.com
#80억 돌파#세계 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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