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진보적 경영자, 사회책임 활동 더 활발… 보수 성향 높을수록 감원에 적극적”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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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정치이념 따른 기업 전략’
美워싱턴대-英케임브리지대 분석
외향성-나르시시즘 가진 경영자
재량권 활용해 기업에 이념 주입

생물학적 요인과 유년기 사회적 환경에 따라 생긴 이념적 성향은 성인이 되면서 더욱 확고해지며 평생 지속된다. 이데올로기는 사람들의 행동 유인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주는데, 특히 정치 이데올로기는 개인이 이상적인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의 차이를 반영한다.

미국 워싱턴대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공동 연구팀은 경영자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기업 전략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봤다. 연구팀은 기업의 사회적책임(CSR) 활동이 진보주의 이데올로기와 부합하며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와는 부합하지 않는다는 가설을 세웠다. 보수주의 경영자는 사회적 활동을 경영자의 책임 범위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간주하며 때때로 CSR 활동이 주주가 가진 자원을 오히려 비윤리적으로 남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반대로 진보주의자들은 기업이 여러 이해관계자와 사회 전반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진보주의 경영자는 사회 구성원 간의 평등을 강화하고 자연환경을 지키는 CSR 활동을 강조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연구팀은 경영자의 정치적 이념이 기업의 다운사이징, 즉 인력 감축을 야기하는 조직 구조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이 발표하는 매출액 기준 미국 최대 기업 500곳(포천 500)에서 2001∼2008년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던 경영자들을 표본으로 삼고 실증 분석한 결과, 연구팀의 가설과 일치했다. 경영자의 진보주의 성향이 높을수록 기업의 CSR 활동 또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영자가 보수주의 성향이 높을수록 기업은 인력 감축에 적극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결과는 경영자가 재량권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CSR, 인력 감축과 같은 기업의 전략적 활동에 주입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연구팀은 경영자의 외향성과 나르시시즘이라는 개인적 특성에 주목해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분석 결과, 경영자의 외향성은 진보주의 경영자의 CSR 활동을 증가시키고 보수주의 경영자의 인원 감축 활동을 늘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영자의 나르시시즘은 진보주의 경영자의 CSR 활동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외향성과 나르시시즘을 가진 경영자들은 자신의 재량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정치 이념을 기업 활동에 주입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이 세상을 인식하고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대한 심리적 선호도를 16가지 유형으로 나눠 설명하는 MBTI에서 첫 번째 태도 지표는 외향성과 내향성이다. 정신의학자 카를 융의 초기 분석심리학 모델에도 등장하는 외향성과 내향성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개인의 태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로 간주된다. 이 연구 결과에서도 행동 중심적인 성향을 보이는 외향적인 경영자들이 자신의 재량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해 개인의 정치 이념을 기업 활동에 주입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진보적 경영자#정치 이데올로기#기업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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