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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킹달러 엎친데 유가상승 덮쳐, 유럽-아시아 고통 커진다

입력 2022-10-04 03:00업데이트 2022-10-0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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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EC+, 하루 100만 배럴 감산 검토… 유가 다시 급등
전세계 원유 공급량 1% 규모
2020년 코로나 초기이후 최대폭
킹달러 이어 물가상승 자극 우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축이 된 산유국협의체 ‘OPEC+ ’가 원유 생산량을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되면서 2일(현지 시간) 국제 유가가 급등했다. AP 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축인 산유국협의체 ‘OPEC플러스(OPEC+)’가 전 세계 공급량의 1% 수준을 줄이는 대규모 감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0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초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유가가 장중 3% 급등했다.

2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5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리는 OPEC+ 회의에서 산유국들이 하루 10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1%에 해당한다. 일각에서는 감산량이 하루 최대 150만 배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OPEC+는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 등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3분기(7∼9월)에만 25%가량 국제유가가 급락한 것을 대규모 감산 검토 이유로 내세웠다. 그러자 뉴욕상품거래소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런던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가격 모두 장중 3%까지 치솟았다.

석유 감산으로 인한 유가 급등이 이어질 경우 달러 가치 초강세 현상인 ‘킹달러’로 화폐 가치가 급락한 한국 등 아시아나 에너지 위기로 고통을 겪고 있는 유럽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해 경제위기 우려를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이 미국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는 점도 국제 정세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억제와 러시아의 ‘오일머니’ 제재를 위해 증산 노력을 기울여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고 있는 서방은 중동에 더 비싼 값을 주고 원유를 수입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OPEC+ 대규모 감산 검토
“한달전 감산의 10배” 유가 3%↑
물가상승→경기침체 악순환 가능성
對러 원유 제재 무력화될 수도
美선 “푸틴 밀착 사우디 제재를”




최근 경기 침체 우려 속에 국제 유가가 급락하면서 산유국협의체 ‘OPEC플러스(OPEC+)’가 감산에 나설 가능성이 예견돼 왔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올해 한때 배럴당 123달러대까지 치솟았다 지난달 말 78달러대로 급락했다. 3분기(7∼9월)에만 25% 떨어졌다. 지난달 OPEC+ 회의에서 하루 10만 배럴가량 소폭 감산을 결정하기도 했다. 글로벌투자은행인 JP모건은 산유국들이 유가를 배럴당 90∼100달러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이달 하루 50만 배럴 이상의 감산이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하지만 2020년 3월 이후 처음으로 5일(현지 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대면으로 열리는 OPEC+ 회의에서 전 세계 공급량의 1% 수준인 하루 100만 배럴 대규모 감산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가 상승 쇼크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달러로 가격이 표시되는 유가가 하락해 왔지만 ‘킹 달러’ 현상으로 인한 달러 가치 상승분을 고려할 경우 미국을 제외하면 유럽 아시아 등 다른 지역 국가들에는 여전히 유가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원인이 돼 왔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감산으로 인한 유가 급등은 고물가와 경기 둔화에 직면한 세계 경제에 더욱 고통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 대규모 감산 검토, 세계 경제 충격 우려
100만 배럴 감산 검토 보도가 나온 2일 오후 뉴욕상품거래소 11월 인도분 WTI는 장중 82달러를 넘어서는 등 전장 대비 3%가량 급등했다. 런던 국제선물거래소의 11월분 브렌트유도 장중 3.31% 올랐다. 미국에 이어 각각 세계 2위, 3위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주축인 OPEC+는 세계 하루 생산량인 1억 배럴의 약 40%를 차지한다.

유럽 에너지 위기와 글로벌 인플레이션 속에 급격한 원유 감산은 국제유가 상승을 유도해 세계 경제의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에드 모야 오안다그룹 선임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에 “여름 동안 경기 비관론 속에 국제유가가 급락했지만 이제 다시 유가 상승의 위험이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하버드대 중동연구센터의 아델 하마이지아 연구원은 월스트리트저널에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더 오르고 이 때문에 유가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일부 국가의 경기 침체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서방의 러시아 원유 제재 무력화 가능성
OPEC+의 대규모 감산이 서방의 러시아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은 지난달 초 러시아가 석유 수출로 전쟁 비용을 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원유 상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G7이 정한 가격 이하로만 러시아산 원유를 사들여야 해상 운송이 가능하도록 해 러시아가 원유 수출을 통해 얻는 이익을 제한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산유국 감산으로 원유 값이 오르면 인위적으로 러시아 원유 가격만 제한하기 어려워진다. 중국, 인도 등이 러시아산 구매를 늘리는 등 서방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하루 100만 배럴 감산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달 30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 지역에 대한 불법 병합을 선언하자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제재 명단을 발표했다. OPEC+ 주요 인사인 알렉산드로 노바크 러시아 부총리도 포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7월 사우디에 직접 증산 요청을 하고 미국 내 원유 비축량을 푸는 등 유가 안정에 정권의 명운을 걸어 왔다. 사우디가 러시아와 손잡고 대규모 감산에 나서는 것은 미국에 도전적인 행보로 읽힐 수 있다. 민주당 소속 로 카나 미 하원의원은 “사우디가 블라디미르 푸틴에게 힘을 실어주고 미국을 기만하는 원유 감산에 나서면 미국은 사우디에 대한 항공부품 공급을 막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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