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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상생안 다시 논의할 때다[동아시론/유혜미]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입력 2022-10-04 03:00업데이트 2022-10-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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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해도, 골목상권 부진
온라인쇼핑 급성장에 역차별 주장도 커져
골목상권 경쟁력 향상 등 건전한 경쟁 필요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전면적인 규제 혁신을 약속한 윤석열 정부가 규제심판회의 1호 안건으로 상정한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 논의가 지지부진하다. 지난 8월 초 제1차 규제심판회의 이후 관련 이해집단들의 의견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추가 논의에 대한 계획은 무기한 연기되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2012년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을 통해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상생방안으로 도입되었다. 골목상권에 비해 대형마트는 규모의 경제로 비용 절감에 유리해 제품 판매가를 낮출 수 있고 원스톱쇼핑, 주차 등 편의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아무런 규제가 없다면 대형마트가 골목상권을 잠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해 보였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상생을 위해 대형마트에 월 2회 휴업을 의무화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함으로써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던 지점이다.

대형마트의 손해를 강요하고 무엇보다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반대가 만만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규제가 도입된 데는 언더도그 효과도 작용했다. 언더도그 효과는 경쟁에서 열세인 약자를 지지하는 심리현상으로 대형마트나 소비자의 손해보다 약자인 골목상권 살리기가 우선이라는 여론 형성에 기여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규제 도입 취지에 걸맞은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연구 결과가 대부분이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의 매출이 유의미하게 늘어난 증거를 찾기 어렵고 오히려 매출이 감소했다는 분석 결과도 다수다. 소비자들의 쇼핑 행태와 관련된 설문조사 결과들도 대체로 대형마트 규제가 소비자들의 전통시장 이용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뒷받침한다.

더욱이 현재의 유통업계는 당시의 상황과 크게 달라졌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골목상권의 경쟁력은 지난 10년간 온라인 쇼핑이라는 대안을 크게 성장시켰다. 특히 물류센터 배달을 기반으로 하는 대형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대형마트 규제가 대형마트에 대한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제 골목상권은 대형마트뿐 아니라 온라인 상점과도 경쟁하는 상황이 되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실력이 크게 차이 나는 두 팀이 축구 경기를 할 때 약팀만 오프사이드와 핸들링을 허용하는 등 느슨한 규칙을 적용하면 공평해질까? 문제는 축구 경기가 관중을 매료시킬 재미를 주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무시한 데 있다. 약팀에 느슨한 규칙을 적용하면 처음엔 공평한 처사로 박수 받을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재미나 만족감이 반감되면 인기는 사그라지고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린다.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해도 골목상권이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면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의 상생은 애초에 대형마트의 손을 묶어 성취할 수 없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경쟁이 혁신의 동기가 되는데 대형마트 규제로 경쟁을 제한하는 순간 골목상권은 경쟁력 향상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한 소비자의 외면은 예견된 일이다. 골목상권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선 대형마트보다 우위에 있는 부분에 집중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골목상권에는 소형 점포가 군집되어 있는 만큼 상품군이 비교적 획일화되어 있는 대형마트에서 제공하기 어려운 다양하고 고유한 상품을 유치하고 판매하는 데 유리하다. 10년 전과 달리 온라인 쇼핑과 독특한 상품, 재미있는 체험 등을 선호하는 세대가 소비의 주도권을 쥐게 됐다. 판매 상품의 고유성만 확보된다면 이제는 대형마트 영업 규제보다 온라인 홍보 강화 및 판매 활로의 개척 등이 골목상권 활성화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이 근로자들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휴일이나 야간 근무를 원천적으로 막는 것만이 해법은 아니다. 근무에 타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업무 분장을 위한 인원 충원, 업무시간 조정 등을 통해 근로자들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것이 보다 적절한 대응이다.

정부 정책의 목표는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온라인상점 모두 건전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 다양화에 기여하게 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난 10년간의 실험을 통해 아무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멍에로 드러난 대형마트 영업 규제 대신 진정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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