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화·철강 이어 배터리… 미래산업까지 닥쳐온 위기

  • 동아일보

지난달 미국에서 조(兆) 단위의 차량용 공급 계약들이 취소된 배터리 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최근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등 배터리 업계 관계자들을 만나 현재 배터리 3사 체제 유지가 가능한지 고민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석유화학·철강에 이어 미래 산업인 배터리까지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배터리 업계는 미국·유럽 전기차 보조금 축소에 따른 수요 감소와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고전하고 있다. 유럽이 2023년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자 유럽시장 점유율이 2022년 63.5%에서 2024년 48.8%로 급감했다. 미국은 더 어렵다. 미 완성차 업체의 주문 취소로 현지 생산에 따른 세액공제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처지다. 지난해에는 중국 이외의 세계 시장 점유율도 중국에 따라잡혔다.

배터리는 산업 패러다임을 바꿀 미래 산업이다. 한국 기업들은 비싼 전기요금과 부족한 자원을 갖고 힘겹게 버티고 있지만, 중국 기업들은 우리의 수십 배에 이르는 정부 보조금으로 원자재를 저가에 들여오고 대량 설비를 구축했다. 대기업들이 미래를 보고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미국과 중국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해 키우는 마당에 “기업이 구조조정 안을 가져오면 정부가 지원한다”는 석유화학 방식의 사업 재편으로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 붐을 타고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생산라인을 전환하거나 인수합병(M&A)으로 활로를 찾는 민간 자구 노력은 불가피하다. 동시에 자율적 사업 재편을 이끌어낼 유인책도 함께 가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처럼 첨단산업 생산세액공제,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 지원 제도를 도입해 생산과 투자 기반을 유지하는 한편 올해 종료되는 ESS 특례 할인제도의 일몰 연장으로 사업 전환을 지원하는 방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군사용 드론, 로봇용 고성능 배터리 등의 신규 수요를 만들고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막는 공정거래법상 규제 등을 찾아 미리 정비해야 한다. 민간에 책임을 떠넘기다간 골든타임을 놓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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