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당 중앙윤리위원회의 제명 결정에 대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14일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제명을 의결했다. 한 전 대표의 가족들이 2024년 9∼11월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집중적으로 올렸다며 ‘당의 명예와 이익에 심각한 피해를 줬다’고 했다. 제명 여부는 당 최고위가 확정하는데, 장동혁 대표는 “윤리위 결정을 뒤집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에 한 전 대표와 친한계가 ‘정적 찍어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면서 당이 극심한 내분에 빠져들고 있다.
제명 발표는 특검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을 구형한 지 3시간여 뒤인 이날 새벽 1시 15분에 나왔다. 윤리위 회의는 13일 예고도 없이 오후 5시경 시작됐고 회의 개최 사실도 공지하지 않았다. 물론 1년 넘게 논란에 침묵하다가 최근에야 가족이 글을 올렸다고 인정한 한 전 대표에게도 문제가 있다. 하지만 윤리위가 당사자의 소명 절차마저 생략한 채 이렇게 기습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다. 윤리위는 민심 이탈 등을 제명 이유로 제시했지만 정작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조차 제명하지 않았다.
이번 결정은 국힘의힘이 지난해 경선으로 선출된 대선 후보를 새벽에 교체하려던 날치기 시도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친윤 지도부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김문수 후보의 자격을 박탈한 뒤 새벽 2시 반에 한덕수 전 국무총리만 후보 등록을 할 수 있게 했다. 친윤 세력이 자신들이 지원하는 인물을 후보로 만들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절차를 무시한 채 당 후보를 몰아내려 한 전대미문의 졸렬한 공작극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닥이었던 당의 신뢰도는 더욱 곤두박질쳤다.
현 윤리위원장은 김건희 여사를 옹호하고 부정선거 음모론에 동조했다는 논란이 제기된 인사다. 친한계는 윤 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한 전 대표에 대한 보복이라고 비판했고, 계엄에 사과했던 초재선 의원 23명은 ‘절차와 방식이 민주주의 원칙과 국민의 상식에 반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사형 구형에 대해선 국정의 책임을 공유했던 정당으로서 책임 있는 입장 한마디 내놓지 않았다. 그러면서 당사자를 배제한 채 아무도 모르게 제명을 결정한 뒤 결과마저 새벽에 일방적으로 발표해 버렸다. 정당 민주주의를 말하기 부끄러운 수준이었던 ‘후보 교체 날치기’의 재판(再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쇄신은커녕 퇴행만 거듭하는 국민의힘은 그 밑바닥이 어디인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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