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정유4사 ‘횡재세’ 거둬야” vs “코로나 손실 땐 보전해줬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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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횡재세법’ 추진에 논란

정유 4사가 유가 폭등에 힘입어 상반기(1∼6월)에만 12조 원가량의 수익을 내자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횡재세(windfall tax)’를 거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고유가로 정유사가 과도한 이익을 취했기 때문에 이 중 일부를 세금으로 환수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당시 유가 급락으로 큰 손실을 봤을 땐 아무 말이 없다가, 수익이 났다고 추가로 세금을 내라는 것은 시장 논리에 어긋난다고 맞서고 있다.

16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총 12조3203억 원이었다. 전년 동기(3조8995억 원) 대비 215.9%가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석유 제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며 정제 마진이 급등했고, 경기가 활성화되며 석유 수요가 늘어나서다.

이에 국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정유사의 ‘초과 이득’에 대해 법인세를 추가로 물리는 ‘횡재세법’ 발의를 추진하고 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이르면 이번 주에 법안 발의를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의 이익이 기술 혁신 등으로 생긴 수익이라기보다 유가 상승에 따라 ‘단순히 얻은 횡재’에 가깝다는 시각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서민경제 안정화’를 강조하며 정유사 압박에 나섰다. 1일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정부, 정유사, 소비자가 서로 고통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횡재세에 대한 반대 기류가 강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횡재세로 접근하는 방식에는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유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2020년 정유 4사는 유가 급락으로 5조 원 규모의 대규모 적자를 냈다. 당시엔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는데, 유가가 회복되며 수익이 났다고 세금을 더 내라는 것은 시장 논리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유사의 수익이 내수보다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 더 높은 점도 횡재세 반대의 주요 이유로 꼽는다.

정치권에서는 영국과 미국 등 해외 선진국의 횡재세 사례를 도입 근거로 내세운다. 하지만 정유사는 해외 선진국과 한국의 정유 산업 구조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한 정유 업계 관계자는 “영국 등 해외 정유사들은 유전을 탐사하고 직접 시추해 막대한 수익을 얻고 이 부분에 횡재세를 부과한다”며 “하지만 한국은 해외에서 원유를 사와 가공한 뒤 석유제품을 만드는 정제 마진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반도체와 통신 등 국민 생활이나 물가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다른 산업도 코로나19 이후 ‘초과 수익’을 거뒀는데, 유독 정유사에만 횡재세 논의가 나오는 것은 ‘고물가 희생양’을 찾는 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반기(7∼12월) 경기 침체 우려로 석유제품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점도 정유사들의 걱정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근 유가가 내려가는 상황을 보듯 상반기 수익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며 “매점매석이나 독점 문제가 발생하면 개입하는 게 맞지만 일시적 수익이 났다고 세금 체계를 바꾼다는 발상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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