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설치 관련 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2025.12.23. 뉴시스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에 나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3일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했다. 제1야당 대표가 직접 필리버스터 연단에 오른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장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대통령으로서 헌법수호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드러내라”고 촉구했다.
장 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직후인 전날 오전 11시40분쯤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섰다. 그는 내란전담부 설치법에 대해 “대한민국 역사상 최악의 악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다수당이 판사를 입맛대로 골라 원하는 재판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깨고 법치주의를 사망시키고 민주주의를 무너뜨리고자 하는 법안”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12·3 비상계엄에 대해 “사실상 2시간 만에 종료됐고 국회의 권한 행사가 불가능한 상황도 초래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장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22시간 20분째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같은 당 박수민 의원이 세운 종전 최장 기록인 17시간 12분을 크게 넘어선 기록이다. 장 대표는 발언 도중 연달아 물을 마시거나 잠시 침묵하는 등 지친 기색을 보이기도 했다.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는 “힘내라” “파이팅” 등 장 대표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이날 새벽 5시쯤 장 대표가 역대 최장 기록을 돌파하자 소속 의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현재 본회의장에서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이 종전 기록을 경신해 18시간 넘게 진행되고 있다”고 알렸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 페이스북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본회의장 국무위원석에서 밤새 자리를 지키며 장 대표의 무제한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정 장관은 필리버스터 18시간을 넘긴 시점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장 대표가 혼자 계속 토론하고 있다. 저도 국무위원석에 계속 앉아 있다”며 “대화 타협이 실종된 우리 정치의 현실”이라고 적었다.
이어 “누구를 탓하기에 앞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어떤 게 국민을 위한 정치인지, 의회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성찰해봤으면 하는 허망한 기대를 해 본다”고 덧붙였다.
밤새 자리를 지킨 정 장관은 눈을 감고 있는 등 피로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장관이 24시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자고 있다고 깨우는 것도 너무 야박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석에서 “이런 법을 왜 만드나”, “누가 자초한 건데” 등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잠시 장내가 소란해지기도 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0회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내란전담재판부설치 관련 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도중 눈을 감고 있다. 2025.12.23. 뉴시스장 대표는 민주당의 사법개혁을 두고 “베네수엘라보다 훨씬 더 심각한 사법부 장악이자 사법 파괴”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는 법치주의 종합지수에서 11년 연속 130개국 가운데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며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법이 통과되고, 법 왜곡죄가 통과되고, 항소·상고를 제한하고, 재판중지법까지 통과되고, 법원행정처까지 통과되면 아마 베네수엘라가 울고 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대한민국은 선출된 권력이 집권하는 나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사법 시스템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것이 단 한 사람이 정치에 들어오고 그 사람이 권력의 최정점에 앉아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정 장관을 향해 “오늘 이 시간 본회의장에 함께 출석해 있는 법무부 장관은 법치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할 책임을 지고 있는 장관으로서 대통령에게 이 법안에 대해 거부권 행사하도록 강력히 건의하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을 향해서도 “대통령은 법안이 통과되고 정부로 이송된다고 하더라도, 국무위원들의 건의가 없다 하더라도 스스로 이 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대통령으로서 헌법수호의 의지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드러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경과하는 이날 오전 11시 40분쯤 필리버스터를 종료시키고 법안을 표결에 부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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