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정보기술범죄수사부 부장검사가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세계 1위 K반도체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사건 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대 D램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불법 유출한 전직 삼성전자 임직원 등 10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23일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김윤용)는 삼성전자 임원 출신인 CXMT 1기 개발실장 A 씨(58)와 같은 팀에서 설비투자를 담당한 B 씨(57) 등 핵심 개발인력 5명을 산업기술보호법(국가핵심기술국외유출 등) 및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CXMT 개발팀 파트별 근무자 5명에 대해선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제공검찰에 따르면 삼성전자 부장 출신으로 CXMT에서 1기 개발팀을 총괄한 A 씨와 삼성전자 연구원 출신인 B 씨는 2016년 9월경 삼성전자에서 CXMT로 이직한 연구원 C 씨를 통해 국가핵심기술 영업비밀인 18나노 D램 공정정보를 불법취득해 D램 개발에 부정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해당 기술은 삼성전자가 5년간 약 1조6000억 원을 투자해 개발한 당시 세계 유일의 10나노대 D램 공정기술로, 수백 단계의 공정정보가 기재된 핵심 정보였다. 당시 C 씨는 이를 직접 자필로 베껴 적어 유출했다.
CXMT 2기 개발팀을 총괄한 전직 삼성전자 임원 D 씨(63) 등은 1기 개발팀으로부터 삼성전자의 18나노 D램 공정정보를 전달받아 2018년 2월부터 2023년 초까지 중국 설비에 맞도록 수정·검증해 D램을 개발한 혐의를 받고 있다.
CXMT의 클린 공정을 담당한 E 씨(56)는 2020년 6월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를 통해 SK하이닉스의 국가핵심기술이자 영업비밀인 D램 공정정보를 불법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제공검찰은 지난해 1월 A 씨에 대한 반도체장비기술 유출 사건 수사 중 그가 CXMT 근무 당시 기술을 유출한 정황을 발견해 직접 수사에 착수했다. A 씨는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돼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상고심 재판 중 이날 추가 기소됐다.
검찰 수사 결과 CXMT가 2016년 5월 설립 직후부터 삼성전자의 핵심인력 및 기술정보 확보를 계획한 사실이 확인됐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인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의 국가핵심기술을 지속적으로 사용한 정황 등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이뤄진 중국 현지에서의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
A 씨 등은 공정별로 삼성전자 핵심인력을 영입하고자 했다. 그는 △위장회사를 통한 입사 △인근 도시를 경유해 입국 △귀국 시 휴대전화 및 USB 등 반납 △주기적으로 사무실 변경 △중국 이메일 사용 등 향후 수사에 철저히 대비했다. 또한 한국 정부로부터 출국금지나 체포 상황에 대비해 암호(♥♥♥♥, 하트 네 개)까지 정해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브리핑을 통해 “(범인들이) ‘나 체포됐어, 인천공항인데 경찰과 같이 있어’ 이렇게 말할 수 없으니까 하트 네 개 등 자기들끼리 약속한 내용”이라며 “통상적으로 이런 기술 유출 사건에서 일반적으로 있는 사항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 행동 지침 파일이 발견됐는데, ‘항상 국정원이 주위에 있다고 생각하고 하트 네 개를 날려라’ 등의 내용이 나온다”며 “행동 지침을 실제로 문서화시켜서 공유했다는 것이 특이하다”고 부연했다.
검찰은 CXMT가 본건 범행을 통해 2023년 중국 최초이자 세계에서 4번째로 10나노대 D램 양산에 성공했고, 전 세계 점유율 변화를 근거로 추정한 삼성전자 지난해 매출액 감소만 5조 원 상당일 것으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관련 산업의 규모(전체 수출액 중 20.8%) 등을 고려하면 향후 국가경제에 발생하는 피해액은 최소 수십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서울중앙지검은 국가 경제 및 기술 안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국가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 범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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