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 등장에 주가 폭락한 ‘비만약 투톱’[횡설수설/우경임]

  • 동아일보

‘살이 아니라 주가만 빠졌다.’ 비만치료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와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 주가가 5일 미국 증시에서 각각 약 8%씩 빠졌다. 특히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43달러까지 내려 위고비를 출시하기 전인 2021년 주가로 돌아갔다. 지난달 주사제에 더해 위고비 알약까지 출시하면서 탄탄한 실적을 예상했던 투자자들 사이에선 비명이 터져 나왔다.

▷주가 급락의 원인은 미국 원격의료 플랫폼인 힘스앤드허스헬스(Hims & Hers Health)가 위고비 알약과 동일한 성분(세마글루타이드)으로 조제한 비만약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구독 첫 달에는 49달러, 이후에는 매달 99달러를 내면 된다. 현재 월 149∼299달러에 팔리는 ‘원조’ 위고비 알약에 비해 월등히 싸다. 힘스앤드허스는 원격으로 의사 진료를 보고 그 처방에 맞춰 약을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위고비 특허는 2032년 만료된다. 따라서 위고비 복제약을 만들 순 없다. 힘스앤드허스는 약국에서 파는 조제약으로 특허를 우회했다. 미국에선 약의 용량, 제형 등을 환자에 맞춰 제조할 수 있는 ‘복합 제조’가 허용된다. 예를 들어, 다섯 살 아이가 항생제를 쉽게 먹을 수 있도록 약사가 용량을 성인의 3분의 1, 딸기 맛 시럽으로 자체 조제할 수 있다. 힘스앤드허스는 비만약도 이렇게 맞춤형으로 조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과정을 생략하고 특허법 사각지대를 공략했다.

▷복용이 편리한 알약으로 2억 명에 달하는 과체중 또는 비만 인구를 흡수하려던 제약사들은 힘스앤드허스에 허를 찔린 셈이다. 사실상 제약사의 사업 구조를 뿌리부터 흔드는 ‘변종’ 조제약에 대해 제약사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노보노디스크는 “불법적으로 대량 조제한 모조품”이라며 “FDA 평가를 거치지 않아 환자 안전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한다”고 했다. 노보노디스크는 각국에서 특허 만료가 시작된 올해 조제약까지 출시되면서 매출이 최대 13%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절정에서 무너졌던 노키아처럼 되지 말란 법이 없다는 불안이 엄습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약값을 낮추겠다며 월 1000달러가 넘던 위고비, 마운자로 주사제 가격을 거의 반의반값으로 후려쳤다. 외신들은 힘스앤드허스의 비만약 구독 서비스는 FDA 개입 여부가 그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FDA가 ‘복합 조제’가 허용되는 비만약이 공급 부족 상황이 아니라고 보거나, 안전성 검증을 요구한다면 서비스가 중단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가장 싼 약값을 지불할 것”이라는 트럼프 행정부 아래서 FDA가 그린란드 분쟁을 벌이는 덴마크의 제약사에 유리한 결정을 할지는 물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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