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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사회

여행 취소하고, 휴가 내고… 수해민 돕는 ‘봉사 릴레이’

입력 2022-08-12 03:00업데이트 2022-08-12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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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구 현장 달려온 자원봉사자들
11일 오전 중앙대 학생들이 서울 동작구 성대전통시장의 한 생활용품점에서 폭우로 침수됐던 바닥을 닦고 있다(위쪽 사진). 같은 날 오후 중앙대 학생들이 성대전통시장 인근 반지하 주택에서 침수된 장롱을 집 밖으로 옮기고 있다. 송은석 silverstone@donga.com·송진호 기자
“여행 취소하고 봉사하러 왔어요.”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전통시장 인근 지하 생활용품점. 중앙대 4학년 박규태 씨(22)가 손에 든 스펀지로 매장 바닥에 고인 흙탕물을 닦아 냈다. 비에 젖어 못 쓰게 된 상품들은 매장 밖으로 들어 옮겼다. 가랑비가 내리는 날씨 속에 등줄기로 땀이 흘렀지만 표정엔 웃음기가 가득했다. 박 씨는 “어제 와서 일해 보니 일손이 더 필요해 보여, 오늘 예정됐던 여행을 취소하고 동아리원들과 함께 수해복구 봉사에 나섰다”고 했다.
○ 휴가 내고 약속 취소하고 봉사
기록적 폭우가 쓸고 간 수도권 곳곳에서는 이날 직장에 휴가를 내거나 약속을 취소하고 수해 복구에 팔을 걷어붙인 자원봉사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날 성대전통시장 인근은 사흘 전 폭우가 남긴 상흔으로 가득했다. 일부 도로는 흙이 보이도록 파였고, 지하 건물 바닥엔 여전히 빗물이 찰랑거렸다. 거리는 침수 피해 복구로 바삐 움직이는 주민들과 양수기와 포클레인이 내는 묵직한 소리로 가득했다.

중앙대 학생 황병현 씨(24)와 송치민 씨(23)는 주민 김모 씨(77)의 반지하 주택에서 침수로 못 쓰게 된 장롱과 책장을 들어 밖으로 날랐다. 방 안은 전기가 끊겨 어두컴컴했고, 폭우 중 흘러든 쓰레기로 악취도 가득했지만 봉사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젖은 바닥 장판을 떼어내던 황 씨의 옷은 금세 흙 범벅이 됐다. 김 씨는 “학생들이 아니었으면 어떡했을까 싶어. 너무 고마워, 예뻐 죽겠어”라며 학생들에게 요구르트를 건넸다. 황 씨는 “주민들이 고맙다며 박수 쳐 줄 때마다 정말 뿌듯하다”며 웃었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봉사에 나선 전형석 씨(31)는 한 노부부가 살던 집에서 냉장고와 식탁을 옮겼다. 부서진 나무 탁자는 나사못이 밖으로 드러나 옮기는 데 애를 먹기도 했다. 전 씨는 “12년지기 친구의 제안으로 함께 복구하러 왔다”며 “현장에 와 보니 뉴스에서 본 것보다 피해가 훨씬 심각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 흙 퍼내고… 빨래, 목욕 돕고
상도3동 주민센터에는 이날 105명의 자원봉사자가 몰렸다. 가까운 곳에 있는 중앙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이틀 전 대학생 익명게시판에 올라온 중앙대생 이중호 씨(24)의 봉사활동 독려 게시글이 ‘봉사 릴레이’를 이끌었다. 대민 지원에 나선 52보병사단 장병 100명도 침수 주택 정리에 나섰다. 주민 김희정 씨(63)는 “군인들이 무거운 가전제품을 모두 옮겨줬다”며 연신 감사를 표했다.

피해를 입은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에도 같은 날 여러 봉사단체가 찾아와 무너진 집에서 토사를 퍼냈다. ‘정토회’ 소속 장희주 씨(54)는 “구룡마을 상황이 워낙 심각하다고 해서 돕고 싶은 마음에 나왔다”고 했다. ‘희망브릿지’는 마을 일대에 세탁 차량을 지원해 수해민들의 밀린 빨래를 도왔다.

8일 밤 발생한 산사태로 한때 고립됐던 경기 광주시 남한산성면 검복리 마을회관에서도 이날 경기광주자원봉사센터와 새마을운동 광주지회 봉사자 등 35명이 이재민들과 복구현장 작업자 100여 명에게 점심을 대접하고 목욕차량을 지원했다.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광주=이경진 기자 lk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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