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김재영]반도체 뺀 수출대책 같은 정부의 ‘게임 패싱’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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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영 산업1부 차장
김재영 산업1부 차장
모처에서 열린 수출 대책 회의. 어째 시간이 지나도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같은 주력 품목에 대해선 한마디 언급도 없다. 세계에서 한국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상품 판매량 증가를 근거로 드는데, 수치는 해외가 아닌 국내 판매량이다. 대체 무슨 회의를 하자는 걸까.

물론 가상의 사례를 든 것이지만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의 업무보고에선 실제 이와 비슷한 상황이 빚어졌다. K콘텐츠를 언급하며 주력인 게임 관련 내용은 빠졌다. 그나마 이후 추가된 내용에는 적절치 않은 사례가 포함됐다. 게임업계는 정부의 ‘게임 패싱’이라며 술렁이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문체부 측은 “지난달 21일 대통령 업무보고의 핵심은 청와대 개방 문제가 중점이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업무보고에서 부처의 모든 정책을 다룰 수 없는 건 맞다. 게임 관련 내용이 빠졌다고 무조건 ‘게임 홀대’라고 할 순 없다.

업무보고 자료를 보자. 표지를 제외하고 총 11쪽의 자료에는 ‘게임’이 모두 다섯 차례 나온다. 세 번은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 한 번은 ‘비게임 분야 수출’이니 관계없는 내용이다. 사실상 유일한 언급은 콘텐츠 융·복합 미래 인재 양성 항목에서 ‘영화·게임·웹툰·음악·OTT 등 장르별 특화 인재 교육’이라고 한 게 전부다.

청와대 개방 문제에 집중하느라 여지가 없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 5대 핵심 추진과제 중 두 번째인 ‘우리 경제의 도약, K콘텐츠가 이끌겠습니다’ 부문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었다. 자료에서 문체부는 “K콘텐츠 산업 수출은 2020년 119억 달러로, 가전제품, 디스플레이 패널을 추월해 대표 수출 주력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고 자랑했다. 그렇다면 콘텐츠 수출액의 70%에 가까운 82억 달러를 벌어들인 게임이 빠질 순 없는데 “영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 K팝을 경제성장의 축으로 발전시키겠다”고만 했다.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만 한류 성과로 제시됐고, OTT 자체 등급 분류제 도입 등 9가지 규제혁신 방안에도 게임 분야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달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업무보고에선 부랴부랴 게임 분야가 추가됐지만 하필 잘못된 사례가 들어갔다. 한 게임이 국내 양대 앱마켓 매출 1위를 기록한 것을 한류 성과로 제시했는데, 문제는 이 게임이 국내에서만 출시됐다는 점이다. 국내 시청률 1위 드라마가 해외 시청자를 사로잡았다고 한 셈이 돼 버렸다.

지난 대선에선 게임이 2030 표심을 공략하는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현 여당도 대선 과정에서 ‘게임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게임 관련 공약을 다양하게 내놨다. 윤석열 대통령도 후보 시절 게임 대회 개막전을 찾아 직접 경기를 관전하기도 했다. 게임 이용자들과 게임업계는 새 정부가 산적한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는 게임에 대한 애정과 공약 실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게임을 홀대하고 있다는 오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선거를 위해 2030 표심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김재영 산업1부 차장 redfoot@donga.com


#수출대책#게임 패싱#k콘텐츠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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