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수강]포용금융 강화, 경제 선순환 마중물 되길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2월 22일 00시 30분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
임수강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부회장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금융산업 규모는 급격하게 커졌지만 그럼에도 제도 금융을 이용하지 못하는 계층이 많다. 한 신용평가회사에 따르면 제도 금융을 제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대략 신용평점 700점 이하)의 수가 작년 말 기준 300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이들은 고금리의 사금융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린다.

제도 금융에서 배제된 계층의 존재는 개개인의 불행이기도 하지만 국가적 손실이기도 하다. 제도 금융에서 밀려나면 일자리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이나 일시적 실업자의 금융 배제는 국가적 노동력 손실과 그에 따른 생산 위축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낮게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감안할 때 금융 배제 문제는 우리 사회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임이 분명하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포용금융 강화’는 그런 면에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눈길이 가는 정책은 서민금융 재원의 안정을 목표로 삼은 서민금융안정기금의 설치다. 금융위원회는 1년 동안 준비 기간을 거친 뒤 2027년에 이 기금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이 기금이 설치되면 서민금융 정책은 훨씬 높은 탄력성과 안정성을 얻을 것이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서민금융진흥원을 중심으로 금융배제 문제에 대응하면서 나름대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부족한 점도 있었다. 무엇보다 재원이 부족하다 보니 서민금융 사업은 단발성 프로젝트처럼 진행된 것이 사실이다. 일부 상품은 고금리로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 공급자로서는 합리적인 결정이었을지라도 일반 국민 눈높이에는 맞지 않았다.

포용금융을 실현하는 데에는 민간 금융기관의 책임 있는 역할도 중요하다. 서민금융은 민간 금융기관이 제공하는 부분과 정책이 제공하는 부분으로 나뉜다. 한쪽이 줄어들면 다른 쪽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책 서민금융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는 민간의 역할이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금융 구조조정 이후 손쉬운 주택담보를 늘리는 방향의 영업 전략을 펴왔다. 서민 금융기관들마저 정체성이 흔들리면서 서민금융을 줄여왔다.

금융 배제에 책임이 작지 않다고 할 금융기관이 포용금융의 실현을 위해 나서는 것은 마땅한 이치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사회는 거대한 규모의 공적자금으로 금융기관을 구제했다. 투입된 공적자금 가운데 회수되지 않은 부문이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7% 수준인 50조 원에 이른다. 현재 금융기관들은 이 돈을 이자도 없이 25년에 걸쳐 상환하고 있다. 사회가 금융기관에 엄청난 혜택을 준 셈이다.

포용금융은 사회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금융에서 배제된 이들이 다시 노동시장과 제도권 금융으로 복귀할 때, 그 혜택은 사회 전체로 돌아간다. 은행들 영업 대상의 저변이 확대된다. 정부의 포용금융 강화 정책이 결실을 맺어 선순환 경제를 만드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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