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에서 생활폐기물을 땅에 직접 묻는 직매립이 내년 1월 1일부터 금지되지만, 공공 소각시설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민간이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율이 당장 40%에 육박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최근 4년간 수도권 생활폐기물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2025년부터 직매립 금지가 예고된 이후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민간 처리 비율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약 32만 t이던 민간 위탁량은 2023년 76만 t으로 3년 만에 2.4배로 늘었고, 생활폐기물 가운데 민간 의존 비율도 같은 기간 9.2%에서 20.9%로 크게 뛰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공공 매립량은 약 79만 t에서 약 61만 t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직매립 금지에 대비해 매립 물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민간 위탁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현재 수도권 3개 지자체의 기존 32개 공공 소각장은 모두 처리 용량이 포화 상태로 추가 소각 여력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내년부터 남아 있는 매립 물량마저 민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024∼2025년 폐기물 통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도권 매립 쓰레기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난해 처리한 수도권 매립 쓰레기만 51만 t에 달한다. 이 물량이 기존 민간 위탁량에 더해질 경우, 민간 처리 비율은 전체 생활폐기물 처리량의 40%에 육박하게 된다.
민간 처리 비중이 커질수록 쓰레기 처리 비용과 정책은 시장 상황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처리 과정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비용 상승 가능성도 높아진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직매립 금지가 예고된 이후에도 공공 처리시설 확충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라며 “지금이라도 유인책을 마련해 공공 소각장을 서둘러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15일 서울시청 앞에서 수도권 직매립 금지로 인해 수도권 생활폐기물이 충북 민간 시설로 넘어가는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2.15 서울=뉴시스“내년 계약한 소각량이 올해의 4배가 넘어요. ‘우리랑 계약할 수 있느냐’는 지자체 문의 전화가 한동안 쏟아졌다니까요.”
18일 경기도의 한 민간 소각장 업체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년에는 소각로를 최대치로 돌려야 할 판”이라고 덧붙였다.
이 업체는 서울 영등포구와 내년 생활폐기물 소각 위탁계약을 맺은 곳 가운데 하나다.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의 직접 매립이 금지되면서 영등포구는 기존에 이 업체에 맡기던 처리 물량을 연간 1000t에서 4000t 이상으로 늘렸다.
● 민간 처리량에 매립량 더하면 전체 38%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종량제 봉투 등에 담긴 생활폐기물은 재활용하거나 소각한 뒤 남은 재만 매립하도록 규정됐다. 이달 2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서울시·인천시·경기도는 내년부터 대형 재난 등 비상 상황이 아닌 한 생활폐기물 직매립을 예외 없이 금지하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이를 감당할 공공 소각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수도권에 있는 공공 소각장 32곳의 하루 평균 처리 용량은 약 6622t으로, 사실상 포화 상태다. 2023년 기준 이들 시설은 연간 약 235만7756t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했다.
표면상 가동률은 65∼85% 수준이지만, 대부분 설비가 노후해 추가 가동이 어렵다는 게 지자체 설명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설비 노후화로 가동률을 더 높이면 고장이나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연간 50일가량은 정기 보수로 가동을 멈추기 때문에 실제 가동률은 이미 최대치”라고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 3개 지자체들은 2025년에 대비해 민간 위탁량을 꾸준히 늘려왔다. 21일 동아일보 분석에 따르면 2020~2023년 사이 민간 위탁량은 32만t→46만t→66만t→76만t으로 크게 늘었다. 이미 민간 처리 비중이 20%가 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매립되던 쓰레기까지 민간에서 처리되게 되면 민간 처리 비율이 40%에 이르게 된다. 이미 2023년 기준으로도 민간 처리와 공공 매립량을 더한 비율이 38%에 달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가 지난해 처리한 수도권 매립 쓰레기만 약 51만7000t에 달한다. 이 물량은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모두 소각장 등으로 보내야 한다.
민간 의존도가 커질수록 처리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쓰레기는 안정적·지속적인 처리 능력이 핵심인데, 민간업체는 휴·폐업이나 설비 고장 등 돌발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 인천시 관계자도 “민간 소각장은 화재 등 사고가 잦아 ‘쓰레기 대란’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관리·감독의 한계도 지적된다. 한 수도권 지자체 관계자는 “민간업체에서 위반 사항이 적발되더라도 당장 처리할 곳이 없어 영업정지 같은 강력한 제재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23년 충북 청주시에서는 대형 민간 소각장의 허가 취소 이후 쓰레기 처리에 차질이 빚어지기도 했다.
● 38% 비싼 민간 처리 비용
비용 문제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공공 소각장 처리 비용은 t당 평균 13만1000원인 반면, 민간 소각장은 평균 18만1000원으로 약 38% 비싸다. 서울의 한 자치구는 관련 예산을 올해 48억9200만 원에서 내년 67억1000만 원으로 37% 늘렸다. 인천 서구도 민간 소각장 이용으로 연간 처리 비용이 약 90억 원에서 120억 원으로 증가했다.
민간 소각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담합 우려도 나온다. 인천시 관계자는 “소각 사업은 진입장벽이 높아 공급이 쉽게 늘지 않는 구조”라며 “수요만 늘면 가격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인프라 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오세천 공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공 소각장 확충이 늦어질수록 민간 의존이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중앙정부가 나서 공공 소각시설 확대에 대한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