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지휘부-서장급 갈등 격화…“판검사회의는 징계했나”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7월 24일 21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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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서장(총경)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23일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마친 서장(총경)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뉴스1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집단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서장급(총경) 간부들과 경찰 지휘부 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 지휘부가 사상 초유의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서장과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자, 총경급은 물론 일선 경찰들까지 내부 게시판을 통해 “나도 징계하라”며 격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경찰 내부에선 총경 등 직급별로 협의체를 만들어 집단행동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어서 갈등은 당분간 확산될 전망이다.
“징계 불가피” vs “직무수행 중 아냐“
경찰청 지휘부는 23일 오후 2시부터 4시간여 동안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끝난 후 1시간 반 만인 오후 7시 반 류 총경을 대기발령했다. 지휘부의 중단 명령에도 회의를 강행해 국가공무원법 57조 ‘복종의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다른 총경 55명에 대한 감찰 조사에 착수했다. 25일 예정했던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와 류 총경과의 회동도 전격 취소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회의를 만류한 윤 후보자의 e메일과 별도로 회의 시작 전 중지 명령, 회의 도중 즉시 해산 명령을 내렸지만 참석자들이 이를 어긴 것”이라며 “지휘부 명령에 불응했기 때문에 징계 수순을 밟고 있다”라고 말했다.

류 총경은 이날 밤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국법관대표회의와 전국평검사대표회의 때 누가 징계를 당했느냐”며 “경찰을 우숩게 알고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경찰청 고위층으로부터 회의 후 결과를 윤 후보자에게 전달해 달라고 들었는데 갑자기 대기발령이 났다. 그게 과연 윤 후보자 뜻이겠느냐”며 이상민 행안부 장관 등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다른 총경도 “국가공무원법 57조는 직무수행 중 상사 명령에 복종하라는 것인데, 회의는 휴일에 적법한 과정을 거쳐 열렸기 때문에 직무수행중이라고 보기 어렵고 복종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해산 명령도 전달받은 바 없다”고 반박했다.

이날 회의엔 총경 역할을 하는 승진 후보자를 포함해 총경 710명 가운데 56명이 직접 참석했고, 133명은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357명은 회의장에 화한을 보냈다. 총경들은 회의 후 “경찰국 설치와 지휘규칙 제정 방식의 행정통제는 역사적 퇴행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서장협의회’ 조직해 경찰국에 대응
류 총경을 대기발령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4일 경찰 내부의 반발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울산남부경찰서의 한 경위는 경찰 내부망에 “벌써 경찰의 정치적 중립과 독립은 끝났다”며 “탄압받는 총경(을 위한) ‘법률지원 돕기 모금운동’을 시작한다”는 글을 올렸다. 총경들은 회의 참석 사실을 공개하며 “명단을 조사할 것 없다. 나도 대기발령 시켜달라”고 연이어 적었다.

“장관과 대통령만을 바라보는 청장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총경을 공격하는 후보자는 경찰청장이 아니다” 등 윤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촉구하는 글도 이어지고 있다. 총경들은 앞으로 전국서장협의회(가칭)를 조직해 집단행동을 이어나가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류 총경은 24일 언론 인터뷰에서 “(수뇌부가) 권한을 남용해서 징계하고 감찰조사를 하는 부분에 대해선 반드시 따져야 한다. (소송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며 법적 대응 방침도 시사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총경의 전보나 직위해제, 대기발령 임용권자는 경찰청장이기 때문에 행안부 장관이 관여할 수 없다”며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행안부는 경찰국이 생기더라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총경 이상의 임명제청권만 행사할 뿐 징계권은 행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유채연 기자 ycy@donga.com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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