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진단 챙기느라 수업 못하고 조기귀가 줄줄이…혼돈의 새 학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8일 14시 14분


코멘트
2022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된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여울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2022.3.2/뉴스1
2022학년도 새 학기가 시작된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매여울초등학교에서 열린 입학식에서 1학년 신입생들이 코로나19 자가검사키트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2022.3.2/뉴스1
서울 A고는 7일 전체 36개 학급 중 9개 반이 조기 귀가했다. 이 학교는 일요일에 신속항원검사키트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한 뒤 음성이면 월요일에 등교하도록 했다. 신속검사에서 양성이 나와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은 학생들이 다음날인 7일 속속 확진 판정을 받자 지난주 같이 수업을 들은 반 학생들을 모두 귀가시킨 것이다.

이 학교는 2일 개학 이후 조기 귀가하는 반 수가 점점 늘고 있다. 이 학교 교사는 “등교를 했다가 조기 귀가하는 경우에는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교사도 갑자기 수업을 원격으로 전환할 수 없어서 하루를 날리게 된다”고 했다.

등교 2주차를 맞은 학교들은 현재 상황을 ‘지난해보다 더 혼란스럽다’고 표현했다. 아예 등교 밀집도를 조정해 원격수업과 등교수업을 병행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정상등교를 원칙으로 하다 보니 일단 모두 등교했다가 확진자가 나온 반들은 갑자기 하교하고, 결과적으로 그날 수업을 제대로 못하는 상황이 반복 중이다. 학생들의 기초학력과 사회성이 떨어진 게 눈에 보이지만 교사는 매일 오전 교육청에 보고할 학생건강 자가진단 앱 통계를 뽑아내느라 1교시부터 지친다.
●수업보다 자가진단 앱 통계 보고 우선
동아일보가 8일 취재한 학교 교사들은 “개학 첫 주에 아무 것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각 학교가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는 매일 오전 자가진단 앱 상 격리자, PCR 결과 대기자, 자가진단 실시 여부 등의 통계를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올해 ‘재학생 확진 비율 3%’ 또는 ‘재학생 등교중지 비율 15%’ 지표가 넘지 않으면 정상교육 활동을 해야 한다고 해 각 학교는 이 통계를 매일 산출하고 교육청에도 보고해야 한다.

대구 B초 교사는 “교육부가 신속항원검사는 권고라고 했지만 교육청에서는 ‘관련 보고가 늦으면 이동형 PCR 검사소를 보낸다’고 독촉한다”며 “앱에 입력 안 하고 등교하거나 결석하는 학생이 있어서 확인하다보면 1교시부터 허술해져 하루가 다 흔들린다”고 설명했다. 서울 A고 교사는 “검사 안 하고 일단 오는 애들이 태반이라 학교에서 검사하고 입력하라고 하고 너무 혼란스럽다”고 전했다.

교육부가 정상등교를 강조한 것과 달리 할 수 있는 건 작년과 다를 게 없다는 반응이다. 경기 C초 교사는 “교육청에서 모둠활동이나 체육관 같은 곳으로의 이동수업을 자제하라고 해서 정상적인 수업은 물론 ‘학기 초 규칙 정하기’ 같은 활동도 할 수 없다”며 “정부가 방역을 전반적으로 완화하는데 학교는 달라진 게 없다”고 했다. 인천 D고 교사는 “교육부가 정상등교 원칙이라고 했다가 개학 며칠 전에 2주 간 원격수업을 권고하고 가급적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라고 했다”며 “줌으로 수업을 해보면 집에서 PC로 수업을 듣는 게 아니라 휴대폰으로 접속한 채 옷가게 등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도 있다”고 토로했다.
●학력과 사회성 떨어졌어도 대책 없어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2022.3.2/뉴스1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2022.3.2/뉴스1
교사들 눈에는 아이들의 학력이 떨어진 게 뻔히 보이지만 대처도 못하는 상황이다. 교사들은 코로나19가 3년차에 접어들며 사교육과 부모의 관심으로 진도를 더 나간 학생과 2년 전 진도도 모르는 학생 간 격차가 크게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대전 E초 교사는 “2학년인데 ‘사과 7개가 있는데 3개를 먹으면 몇 개 남았을까’라는 문제를 못 푸는 애들이 있더라”며 “코로나 2년간 문해력을 기를 환경들이 학교에서도, 가정해서도 줄었던 탓”이라고 했다.

많은 학교들이 3월에는 교과학습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 상황에서는 이전 학년 것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체크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 하지만 날짜를 잡아놨어도 확진자가 학생과 교사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어 이런 경우 추후 다시 실시할지, 그냥 넘어갈지를 결정 못한 학교가 대부분이다.

개학 후 1주일 동안 아이들을 지켜본 교사들은 아이들 사회성 문제도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경기 F중 교사는 “급실식에서 전혀 모르는 학생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밥 먹는 게 불편하다며 아예 안 먹겠다는 애들이 있다”고 했다. 서울 A고 교사는 “학기 초인데 애들이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고 안 한다”며 “쉬는 시간에 모두 자기 자리에서 휴대폰만 보고 있어 교실이 조용하다”고 설명했다. 대구 B초 교사는 “그동안 집에서 방임되다시피 하면서 이상한 게임이나 유튜브에 빠져 폭력성이 생긴 애들이 있다”고 말했다.
●학교들 “현장 모르는 교육부” 비판
학교들은 모든 책임을 학교에 맡겨버린 교육부에 불만이 크다. 경기 C초 교사는 “확진자 발생시 접촉자 조사를 알아서 하라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이 하교 후 어디로 가는지,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까지 조사를 할 수 없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거리두기가 완화되는데 학교만 다른 방향이라 혼란스럽다”고 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은 8일 “등교 현황, 신속항원검사키트 배부 결과 보고 등을 중지해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을 덜어야 한다”며 “학교 방역지침을 정부 방역지침과 일치시켜 과도한 검사나 등교중지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사 확진시 대체할 인력이 빨리 수급되지 않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대전 E초 교사는 “교육부에서 교사 대체 인력풀 7만 명을 마련했다는데 학교에서 해당 교사에게 전화를 해도 거리가 멀고 기간이 짧으면 거절한다”며 “교육청에서 강제로 배정하지 않는 이상 해결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교육부에 따르면 전면 원격수업을 하는 학교는 7일 334곳(전국 학교의 1.6%)으로 2일(106곳, 0.5%)보다 크게 늘었다. 전체 학생이 등교수업하는 학교는 2일 1만8219곳(89.7%)에서 7일 1만7894곳(88.1%)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전면등교를 했다가 확진자가 나와 중간에 귀가하는 상황이 많은데, 이런 경우는 통계에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