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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국제

“한중관계 ‘비대칭성’ 갈수록 심화… 사드 제재 ‘역습’ 불러”

입력 2022-01-08 03:00업데이트 2022-01-10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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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정평화재단 ‘한중 수교 30년’ 전문가 좌담회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신정승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전공 교수
올해 한중 수교 30년을 맞아 동아일보 산하 화정평화재단 주최로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가진 신년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왼쪽부터 신정승 한중우호협회 회장(전 주중대사),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전공 교수,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마음이 한 번 멀어지면 좁혀지기 어렵다.”(이욱연 서강대 교수)

“북핵이 한중 관계의 핵심이 되면 한국은 항상 을(乙)이 될 수밖에 없다.”(김재철 가톨릭대 교수)

“한중 간 상호의존 심화된 비대칭성의 역습이 곧 사드 사태였다.”(정재호 서울대 교수)

“보완성은 약화되고 경쟁이 부각되는 시기가 온 것 같다.”(신정승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전 주중대사)

올해 한중 수교 30년을 맞아 가진 동아일보 산하 화정평화재단(이사장 남시욱) 주최 신년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양국 관계에 켜진 경고등에 주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좌담회는 5일 신 전 대사 사회로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신 전 대사는 한중 수교 비밀 협상 당시 외교부 과장급 간부로 협상에 직접 참가했다.》



○ 목표, 가치와 규범 차이 안고 출발한 韓中
신: 한국은 중국과의 수교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통일 기반 마련, 경제적 기회 확보, 국제무대에서 전방위적 활동 확대 등 목표가 있었다. 지난 30년간 경제 인적 교류 확대뿐 아니라 중국의 북한 일변도 정책을 바꾸는 성과도 있었다. 그런데 한중 관계가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긴 것인가.

정: 양국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수교했지만 당초의 기대에 비하면 성과는 무척 아쉽다. 무역 투자 관광이 그나마 양국 관계를 지탱해 온 주춧돌인데 그마저 흔들리고 있다. 양국 관계의 키워드는 상호 의존인데 한국이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비대칭화가 갈수록 심화됐다. 이로 인한 역습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의 경제 제재다. 양국 간 가치와 규범 차이가 점차 커지면서 상호 부정적 인식도 커졌다. 마늘 파동, 고구려사 문제,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사드 사태 등 위기가 있었다. 갈수록 안보 이슈로 비화하고 미국 북한 등 제3자가 개입되면서 양국만의 협상으로 풀기 어려운 관계가 되고 있다.

김: 수교 이후 10주년, 20주년에 비해 양국 관계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훨씬 높아진 배경에는 양국 간 동상이몽이 있었다. 경제적 이익 추구는 공통점이지만 양국의 수교 목표에 메울 수 없는 차이가 있었다.

한국은 북한 문제에서 중국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반면 중국은 한반도의 세력 균형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유지하고 나아가 한미 동맹에 영향을 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양국이 서로 상대방의 목표를 존중해 주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겼다.

이: 양국은 출발부터 가치와 규범을 공유하지 않았지만 한 해 1000만 명 이상이 오갔다. 오랜 문화적인 유대가 있는 데다 정서와 마음이 통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치와 규범의 차이에 따른 갈등은 커지고 정서적 유대는 낮아지고 있다.
정재호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 미중 전략적 갈등, 한중 관계에도 먹구름
신: 한중 간 비대칭화 확대에 미중 간 전략적 갈등 심화까지 겹쳐 양국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미중의 물리적 충돌 우려까지 나온다. 중국은 시간은 자기편이라고 하는 상황이다.

정:
1990년대와 2000년대만 해도 중국에서의 현지 연구는 상당히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진행됐다. 당시 보여준 추세라면 중국이 시장친화적이고 자유 지향 체제로 수렴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다. 지금은 그렇게 보기 어렵다.

중국은 미국이 깔아놓은 질서를 바꾼다는 뜻에서 ‘수정주의’ 국가로 불리지만 그 전에 스스로 세운 원칙을 바꾸고 있다. 불당두(不當頭·우두머리가 되지 않는다), 도광양회(韜光養晦·실력을 기르며 때를 기다린다), ‘해외기지 안 만든다’ 등의 입장을 모두 뒤집었다. 미중 간 충돌이 발생한다면 몇 년 전에는 남중국해를 꼽았는데 지금은 대만이다. 다만 대만은 가연성은 높으나 폭발력은 낮다. 한반도는 가연성은 매우 낮지만 일단 불이 붙으면 폭발력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을 합친 것보다도 클 것이다.

신: 미국 영국 호주 3국이 오커스(AUKUS)라는 사실상 대중국 군사동맹을 출범시켰다. 미국은 쿼드(Quad·미국 인도 일본 호주 4국 협의체) 그리고 한미일 협력을 통해 대중 압력을 강화하고 중국은 러시아와의 전략적 협력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로운 냉전 구도로 가는가.

김: 신냉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지만 크지는 않다고 본다. 미국의 압박과 중국의 반격 속에 바이든 행정부는 ‘가드레일’을 마련하려 시도한다. 양국 갈등이 선을 넘어 충돌하지 않도록 관리하려는 시도이다. 중국도 미국과의 경쟁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도 동시에 경쟁의 폭과 속도, 범위는 조절하려고 하는 듯하다.
김재철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 한미 동맹의 외연 중국까지?
신: 미국은 유럽연합(EU)과 함께 인권과 민주주의로 대중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 민주주의와 인권은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이런 압박이 중국 내부적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은 지금 1990년대보다 훨씬 더 억압적이고 폐쇄적으로 가고 있다. 이런 때 밖에서 억압과 압박 공세가 들어오면 내부 변화는 오히려 어려워진다. 외부 억압으로 중국이 서방식 민주주의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회의적이다.

신: 올가을 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3연임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현재 내부적인 통제나 강경한 대외 정책이 집권 기반을 다지기 위한 것이라면 당 대회 이후에는 유연해질 수 있나.

정: 유연해진다 해도 단기적이고 전술적인 차원일 것이다. 긴 호흡으로는 여전히 공세적인 외교를 펼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미국과의 무역 분쟁에서 필요하면 ‘끝까지 간다’는 자세를 보였다. 미중 관계에서의 ‘가드레일’이 잘 지켜진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신: 전 주한미군 사령관이 얼마 전 한미 연합작전 훈련 대상에 중국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한미 동맹 대상이 중국까지 외연을 확장한다는 의미다.

김: 미국의 기대는 분명하다. 미국은 일본에 안보를 보장하듯 일본도 미국 안보 위협 대처에 기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이 지금까지 비대칭적으로 한국의 안보를 보장했다면 이제 한국도 어떤 역할을 하기를 원할 것이다. 대응 대상에 중국을 포함하는 것은 우리가 이해했던 한미 동맹과는 다른 차원이어서 신중하게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신: 남중국해에서 미국이 얘기하는 항해 자유, 상공 비행의 자유를 한국은 중시할 수밖에 없지만 어디까지 미국에 보조를 맞춰야 하나.

김: 남중국해의 항행과 비행의 자유는 당연히 지지해야 할 규범이지만 미국이 공동 순항을 하자고 하면 할 수 있을까. 중국이 우리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이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일상적으로 항행하는 상황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 북핵과 한중 관계 ‘불편한 동행’

신:
북핵은 동아시아 정세와 한중 간 관계에도 핵심적인 변수다.

김: 한국은 보수 진보 정부 모두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을 바라봐 왔다. 차기 정부는 중국에 대한 기대를 좀 조정하거나 접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0년간 중국이 우리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려는 의지와 능력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국경절에 톈안먼(天安門) 성루에 올랐고, 문재인 대통령은 베이징(北京) 겨울올림픽을 활용해 종전선언을 추진하려고 했지만 결과는 없었다.

앞으로 상황은 더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 핵 문제를 한중 관계가 아닌 미중 관계의 맥락에서 보기 때문이다. 중국은 미국이 우호적이고 협력적 정책을 취하면 돕겠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미중 갈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이런데도 북핵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한중 관계의 핵심에 놓으면 우리는 중국에 언제나 을(乙)의 위치에 머물 수밖에 없다.

신정승 동서대 동아시아연구원장

○ 中 애국주의와 韓 반중 정서라는 걸림돌
신: 중국의 국력이 대폭 신장되면서 세계 각국과 갈등도 나타나고 있는데 한중 양자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의 대국 의식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데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서로 보완성이 약화되고 경쟁적인 성격이 부각되는 시기가 온 것 같다.

이: 한중이 가치와 규범으로 맺어진 관계는 아니지만 정서적 유대감으로는 상당히 밀착돼 있었다. 그런데 관계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양국 모두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요인은 시진핑 체제가 억압적으로 변하면서 경직화하고 있는 점이다. 시진핑 체제 이후 전랑(戰狼)외교, 홍콩 민주화 운동 억압, 코로나 사태 기원 논란, 문화 기원 논쟁 등이 한국인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했다. 한국 내 반중(反中) 정서 확산도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 사회의 혐오 문화가 반중 혐중으로 확산됐다. 심지어 혐중이 상업주의화되고 있는데 유튜브나 포털에서 중국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의 클릭 수가 높아가는 것이 한 사례다.

신: 중국은 기회가 될 때마다 패권을 추구하지 않겠다며 주변국과 친성혜용(親誠惠容)의 동반자 관계를 강조한다. 그런데 주변국 반응은 싸늘해 중국을 경계한다. 중국이 자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질서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가.

정:
중국은 대외 관계에서 여러 입장을 수정하고 있다. 중국은 1000년이 넘는 중화주의의 유전자(DNA)를 갖고 있는데 사회주의란 꺼풀이 벗겨지면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양제츠(楊潔지) 국무위원은 외교부장 시절 아세안 국가들과의 공식 회의에서 “우리는 대국이고 너희들은 소국이다”고 했다.

신: 중국 내에서 높아지는 애국주의도 파장이 커질 전망이다.

이: 중국의 변화를 가로막는 중요한 내부적 걸림돌 중 하나가 민족주의와 애국주의다. 시진핑 시대 민족주의는 ‘치욕 민족주의’와 ‘문화 민족주의’ 두 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전자는 아편전쟁 이후 당한 치욕을 계속 환기시키고 외국에 대한 배타적인 정서를 강조해 내부 통합, 중화권 통합을 이루려는 것이다. ‘문화 민족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주요 2개국(G2), 세계 2위 경제대국 등 위상이 높아졌음에도 소프트파워, 문화적인 측면에서는 평가가 낮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이욱연 서강대 중국문화학전공 교수

○ 한중, ‘화이부동’으로
신: 수교 이후 30년간 한중 관계를 돌아보면 저자세 논란 등 아쉬움이 있다.

정: 우리는 지난 30년간 ‘가랑비에 옷 젖듯이’ 중국의 존중을 받지 못하는 것에 스스로 익숙해졌다. 한국 관리들은 소위 공중증(恐中症)에 젖어 안타깝다. 상황의 역전을 위해서는 정치인이 용기가 필요하다.

이:
한중 관계에서 구동존이(求同存異)를 강조하는데 ‘구동’이 핵심이다. 이는 법가적인 생각으로 통일을 강조하는 내부 통치가 아닌 외교 원칙으로는 맞지 않다. 한중 관계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화이부동(和而不同)으로 가야 한다. 서로 다른 것을 전제하고 만나야 한다. 경제적인 이익 차이나 정치적인 이견과 달리 마음이 일단 멀어지면 쉽게 좁혀지기 어렵다.

김: 한중 관계의 지난 30년이 확장과 발전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조정과 모색의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정부나 민간 차원이나 조금 더 솔직하게 이견을 다루기 시작해야 한중 관계가 관리되고 발전될 수 있다. 대중 관계에서 전략적인 모색이 필요한데 우리는 대중 정책을 둘러싸고 진영이 서로 갈라져서 상대를 비난하기 급급하다. 치열하면서도 냉철하고 합리적인 대중 전략 논쟁이 있었는지 회의적이다.

정리=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윤융근 기자 yuny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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