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 사망, 시도별 최대 12.3배 차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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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간 전국서 776명 숨져
대전-경북-경남 많고 세종-서울 적어… 재정자립도 낮은 9곳 사망률 높아
돌봄 일손 부족해 복지사각 커진탓… 고령자-1인가구 비율과도 비례

암 투병 중인 이모 씨(56·대전)는 수년째 푸드뱅크에서 나눠준 음식으로 연명하고 있다. 주로 조리할 필요가 없는 찬밥과 통조림 등을 먹는다. 이 씨가 거주하는 하루 숙박료 2만 원짜리 여관에는 주방이 없어서다. 이 씨는 “기초생활 생계급여를 받고 있지만 대부분 치료비로 써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재정자립도 낮은 곳 영양실조 사망률 높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으로 무료 급식소가 문을 닫고 푸드뱅크 모금액이 줄면서 이 씨와 같은 취약계층에게는 먹을거리를 구하는 게 ‘생존의 문제’가 됐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낮거나 1인 가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오랜 기간 필수 영양소를 제대로 섭취하지 못해 영양실조로 숨지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7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1∼2020년) 동안 전국에서 영양실조로 776명이 숨졌다. 대전이 인구 10만 명당 3.7명으로 가장 많았다. 경북(3.3명)과 경남(3.1명)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세종(0.3명)과 울산(0.6명) 서울(0.7명)은 영양실조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시도별로 격차가 최대 12.3배에 달했다.

대체로 재정자립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일수록 영양실조 사망률은 더 높은 편이었다. 영양실조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대전 등 9개 시도는 지난해 기준 재정자립도가 평균 31.9%에 그쳤다. 대전은 전국 평균보다 낮은 41.4%였다. 반면 영양실조 사망률이 낮은 서울 등 8개 시도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52.9%였다. 최예니 서울대 의대 선임연구원은 “통계 분석 결과 시도별 영양실조 사망률과 재정자립도는 유의미하게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 1인 가구 많은 지역일수록 돌봄 공백
돌봄 수요가 많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와 1인 가구의 비율이 높은 곳에서 영양실조 사망자가 더 많이 나오는 현상도 확인됐다. 영양실조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높은 시도는 나머지 지역보다 고령 인구 비율이 4.9%포인트 높았고, 1인 가구 비율 역시 3.1%포인트 높았다.

전문가들은 돌봄 수요가 많은 곳에 더 많은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지역은 재정자립도가 낮은 탓에 충분한 일손을 확보하지 못하고, 이에 따라 복지 사각지대가 커지는 것이 문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영양실조 사망자가 많은 대전과 경북, 경남, 대구 등은 모두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실직이나 질병 등 신상의 변화가 생기면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복지 서비스를 안내해주는 ‘복지멤버십’을 최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재는 가입 대상이 이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리를 받고 있는 기초생활 수급자나 차상위 계층 등에 한정돼 있다. 이런 제도가 있는지 모르는 이들은 여전히 사각지대에 있는 것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돌봄 수요가 많은 지역의 취약계층이 방치되지 않도록 이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영양실조#재정자립도#복지멤버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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