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엔서 적어도 3승… 야구도 공부도 홈런 칠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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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교토국제고 박경수 교장
봄 이어 여름 대회 출전 목표 상향
“봄 대회 후 학교행사 예년 2배 몰려
내년 우수한 신입생 많이 뽑을듯”

교토국제고 박경수 교장이 제103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 교토국제고가 처음 출전한다는 내용을 보도한 지역신문을 가리키고 있다. 교토국제고 제공
교토국제고 박경수 교장이 제103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에 교토국제고가 처음 출전한다는 내용을 보도한 지역신문을 가리키고 있다. 교토국제고 제공
“지금까지 고시엔(일본 고교야구 전국대회)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한 학교가 한 해에 봄, 여름 고시엔 모두 나가는 건 7년 만이다. 교토국제고는 학생 수 130여 명에 불과한 미니 고교인데 큰 기록을 세워 의미가 더 큰 것 같다.”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의 박경수 교장(61)은 7일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고시엔 진출의 무게감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3월 제93회 선발고교야구대회(봄에 열리는 고시엔)에 처음 출전한 데 이어 9일부터 시작되는 제103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에 열리는 고시엔)에도 나간다. 고시엔은 1년에 두 번 열리는데 47개 도도부현(광역 지자체) 대표로 출전하는 49개 고교(도쿄도와 홋카이도는 2개 학교)가 토너먼트 방식으로 겨루는 여름 고시엔의 인기가 더 높다.

교토국제고는 13일 군마현 대표 마에바시이쿠에이(前橋育英)고교와 첫 경기를 치른다. 재학생 수가 교토국제고의 10배가 넘는 1500여 명에 이르는 학교다. 이때 ‘동해 바다’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가 NHK 생중계를 타고 일본 전역에 울려 퍼진다. 고시엔은 경기 도중 각 학교 교가가 울려 퍼지고, 끝난 뒤 승리 팀 교가가 한 번 더 전파를 탄다.

한국어 교가에 반발하는 우익들의 협박이 없었는지 물었더니 박 교장은 “없었다. 이제 교토국제고가 지역예선에서 워낙 자주 이겨 한국어 교가가 수시로 울려 퍼진다. 어지간한 사람은 한국계 학교라는 걸 안다”고 했다. 교토국제고는 올해 봄 교토부 내 73개 고교팀이 출장한 지역예선에서 7전 전승으로 우승해 교토부 대표로 여름 고시엔 진출을 확정했다. 이길 때마다 한국어 교가를 불렀다.

교토국제고는 1999년 야구부를 만들었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고시엔에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올해 전력이 급상승한 배경을 물었더니 “작년 가을 긴키지역 대회 때 처음 4강에 들면서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했다. 긴키대회는 교토부뿐 아니라 오사카부, 효고현 등 일본 서부 지역의 강팀들이 모두 출전하는 메이저 대회다.

고시엔 진출 이후 달라진 점에 대해 박 교장은 “7월 31일 학교를 공개하는 행사를 했는데 예년보다 배 이상 많은 100여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참석했다”며 “중학생들은 이왕이면 ‘고시엔에 진출하는 고교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걸 실감했다”고 말했다. 박 교장은 “내년 신입생은 우수한 인재를 뽑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 야구뿐 아니라 공부에서도 홈런을 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여름 고시엔의 목표는 어떻게 될까. 박 교장은 “5번을 이기면 우승이다. 이번에 적어도 3승은 올릴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는 봄 고시엔을 앞두고 본보 인터뷰에서 “고시엔 진출 목표를 이뤘으니 봄 고시엔에서 1승만 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실제 교토국제고는 1승을 올렸다.

교토국제고는 한국 정부의 중고교 설립 인가를 받은 한국계 학교다.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로 시작해 1963년 고등부를 개교했다. 1990년대 후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 교육 기준에 맞췄고, 2004년 일본 정부로부터도 정식 학교 인가를 받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국계 민족학교#교토국제고 박경수 교장#고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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