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거인’ 日언론인 다치바나 다카시 별세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1-06-24 03:00수정 2021-06-2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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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카 前총리 뇌물 의혹 파헤쳐
‘일본 탐사보도의 선구’ 평가
정치, 과학, 의료, 우주 등 폭넓은 주제의 책을 집필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立花隆·사진) 씨가 4월 30일 급성관상동맥증후군(ACS)으로 별세한 사실이 23일 가족의 발표로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1세.

‘지식의 거인’으로 불렸던 고인은 1940년 일본 나가사키시에서 태어났다. 도쿄대 불문과를 졸업한 뒤 월간지 분게이슌주(文藝春秋) 기자로 입사했지만 2년여 만에 퇴사했다. 이후에도 계속 취재와 집필을 이어가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뇌물 의혹을 파헤친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를 분게이슌주에 게재했다. 다나카 당시 총리의 검은돈 문제를 광대한 자료를 기초로 밝혀낸 해당 기사는 다나카 총리 퇴진의 계기가 됐고 일본에서 ‘탐사보도의 선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철저한 취재를 기반으로 분야를 넘나들며 다양한 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1983년 선보인 ‘우주로부터의 귀환’은 미국 아폴로 계획에 참가한 우주비행사들을 인터뷰한 책으로 일본인들이 우주비행사를 꿈꾸는 계기가 됐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그는 1996∼1998년 도쿄대 교양학부에서 강의를 하면서 도쿄대 학생들의 지적 수준에 경악해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2001년)를 출간하기도 했다. 2007년 방광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밝힌 그는 수술을 받은 뒤 체험기를 잡지에 발표하는 등 암과 죽음을 테마로 한 작품을 집필했다.

고인은 책 한 권을 쓰기 위해 최소한 관련 서적 수십 권을 독파한 뒤 본격적인 취재에 나섰다. 그러다 보니 책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 도쿄 분쿄구 고이시카와에 지상 3층, 지하 1층의 서재 전용 빌딩을 지었다. 건물 외관에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어 ‘고양이 빌딩’이라고 불린다. 그는 이곳에 소장한 서적 약 10만 권을 보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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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자신의 독서론을 소개한 ‘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2001년)는 한국 독자들도 많이 봐 베스트셀러가 됐다.

아사히신문은 그를 “거대한 독서량, 문과와 이과의 벽을 가볍게 넘는 폭넓은 취재 주제를 보여줬다. ‘무엇이든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든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었다”고 평가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언론인#다치바나 다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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