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00억원 손실에도… 美기업 “코인 또 살것” 4500억 회사채 발행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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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상장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설립자 겸 CEO가 비트코인 마니아
9만2079개 보유… 기업 중 ‘최다’

가상화폐 옹호론자가 이끄는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이 비트코인을 사들이기 위해 4000억 원이 넘는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회사는 이전에도 회사채를 발행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가 손실을 입었다.

7일 미국 경제지 포브스에 따르면 나스닥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총 4억 달러(약 4457억 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발행 목적을 ‘비트코인 매입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고 명시했다. 이 회사는 2월에도 비트코인을 매입하려 10억5000만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고, 지난해에도 같은 이유로 16억 달러에 이르는 회사채를 발행했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자료에 따르면 이 회사는 기존에 보유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해 올해 2분기(4∼6월)에만 최소 2억8450만 달러(약 3170억 원)의 손실을 냈다.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5월 중순 기준으로 9만2079개의 비트코인을 갖고 있어 전 세계 기업 가운데 비트코인을 가장 많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때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며 회사의 비트코인 평가액이 50억 달러(약 5조5750억 원)를 넘었지만 최근에 코인 가격이 하락하면서 평가액도 34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회사 주가는 올 2월 주당 1034달러까지 올랐다가 현재 4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 회사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마이클 세일러는 열혈 비트코인 옹호론자다. 그는 지난해 7월 비트코인 매입 계획을 처음 밝혔고 올 4월에는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거대 빅테크 기업들을 쉽게 넘어설 것”, “비트코인 시총이 100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본업은 기업용 소프트웨어 판매지만 비트코인 투자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세일러는 ‘비트코인 이즈 호프(Bitcoin is Hope·비트코인이 희망이다)’라는 이름의 사이트도 운영 중이다.

각국 금융당국이 본격적으로 가상화폐 규제에 나서며 코인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업 인수 등 본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투자 대신 변동성이 큰 자산에 대한 투기 목적으로 회사채가 발행된다며 경고에 나섰다. 씨티그룹은 4월 투자보고서에서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은 매우 공격적이고 투자자들이 거래를 끊는 이유가 될 수 있다”며 “이 회사 주식을 팔라”고 했다. 투자회사 컴벌랜드 어드바이저스의 데이비드 코톡 최고투자책임자는 “이 같은 투자는 ‘투기’”라고 비판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비트코인#회사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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