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병영문화 폐습 송구”… 靑, 전수조사 검토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7일 03시 00분


코멘트

文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 초래 軍인권-안보 위해 바로잡을 것”
성추행 피해 女중사 추모소 찾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
철저 조사-병영문화 개혁 지시

헌화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인 6일 오후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숨진 공군 이모 중사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애통하시냐.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자 이 
중사의 아버지는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서욱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제공
헌화하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인 6일 오후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숨진 공군 이모 중사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얼마나 애통하시냐.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하자 이 중사의 아버지는 “딸의 한을 풀고 명예를 회복시켜 달라”고 호소했다. 왼쪽부터 문 대통령, 서욱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안보실장.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현충일인 6일 성추행 피해를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 사건을 “병영문화의 폐습”으로 규정하고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했다. 청와대 내부에선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군 내 성추행 실태 등 병영문화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군 내부에서 사건을 은폐 축소하면서 곪아온 병영 폐습이 임계점을 넘은 만큼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66회 현충일 추념식에 참석해 “최근 군 내 부실급식 사례들과, 아직도 일부 남아 있어 안타깝고 억울한 죽음을 낳은 병영문화의 폐습에 대해 국민들께 매우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 장병들의 인권뿐 아니라 사기와 국가 안보를 위해서도 반드시 (폐습을) 바로잡겠다”며 “나는 우리 군 스스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변화하고 혁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추념식 직후 이 중사 추모소가 마련된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을 찾아 유족에게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다”고 했다. 동행한 서욱 국방부 장관에게는 “철저한 조사뿐 아니라 이번 (사건을) 계기로 병영문화가 달라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성추행 등 폐습과 관련한 병영문화 전수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성추행 등 범죄에까지 왜곡된 상명하복 잣대를 들이대 부대 내 사건 사고를 축소 은폐하는 폐쇄적인 문화 탓에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 비율이 7.4%인 여군을 동료로 인식하지 않는 남성 중심적 문화가 만연한 것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이 중사에 대한 성추행이 벌어진 공군 20전투비행단에선 2018년과 지난해에도 부대 대대장(중령)이 여군을 성추행하는 사건이 반복됐다. 그럼에도 부대는 물론이고 공군 차원의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내부에서 “가해자가 운이 나빴다”는 발언이 나오는 등 2차 가해로 이어졌다.

사건 발생 뒤 가해자를 비롯해 부대 관계자의 회유, 협박이 공공연하게 이뤄지면서 비밀 유지와 피해자-가해자 분리, 신고 방해 금지가 명시된 군의 ‘부대관리훈령’도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신고를 포기하는 장병도 상당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대 내 성폭력 고충이 공정한 절차에 따라 처리되고 있다’고 답한 여군 비율은 48.9%로 2012년 실태조사(75.8%) 때보다 크게 줄었다. 군은 2015년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군의 조치를 불신하는 장병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군 당국자는 “군 내 일탈과 범죄를 서로 숨겨주거나 무마하고, ‘제 식구 감싸기’식 처벌로 일관하는 한 병영 폐습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황형준기자
#문재인 대통령#병영문화 폐습#성추행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