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후 악당’ 오명 벗고 탄소중립 모델국가로 거듭나야”

이성호 정책사회부장 , 강은지 기자 , 송혜미 기자 입력 2021-05-28 03:00수정 2021-05-28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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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이제는 Green Action! <2> 기후위기 시대, 전문가 진단
2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회성 IPCC 의장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 반기문 GGGI 의장(왼쪽부터)이 기후위기 속 한국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다. 30일부터 이틀간 열리는 ‘2021 P4G 서울 정상회의’에서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 기업과 시민단체 모두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세 사람은 “한국이 P4G 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기후협력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기후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전 세계 온실가스 예상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지구 연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하는 시기가 이르면 2028년, 늦어도 2034년이 될 것이라고 27일 전망했다. 앞서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예측했던 2030∼2052년보다 짧게는 2년, 길게는 무려 24년 당겨진 것이다. 기상과학원은 “지구 온난화에 대처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밝혔다.

2021년은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역사상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기로 합의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신(新)기후체제가 올해 시작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달 세계기후정상회의를 시작으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등에서 치열한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일보는 반기문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의장과 이회성 IPCC 의장,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함께 기후위기 속 한국의 역할에 대한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 및 국제기구에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좌담회는 26일 2021 P4G 서울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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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속도가 빨라진다는 전망이 나왔다.

▽반기문 의장=과학자들이 지속적으로 경고를 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지난 30∼40년 동안 고도성장을 하며 소위 ‘성장 만능주의’에 빠져 있었다. 기후변화 대응에는 소홀했다. 2009년에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선언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기후 악당(Climate Villain)’이라고 부른 이유다. 그동안 심각해진 기후변화가 지구의 ‘6차 대멸종’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올 정도다.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 어떻게 될까.

▽이회성 의장=현재 기후변화는 생물체가 그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지구 평균온도가 1.5도 오르면 전체 동식물의 6∼8%가 서식지의 절반을 잃게 된다. 2도 오르면 그 비율은 16∼18%로 급증한다. 생태계 파괴는 우리가 살아가는 생활터전 파괴를 의미한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란 측면에서 보면 자해 행위와 마찬가지다.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온다. 지구 온도 상승을 1.5도에서 막으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량과 흡수량이 같아 0이 되는 개념)에 도달해야 한다.

2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행된 좌담회에 모인 이회성 IPCC 의장과 한정애 환경부 장관, 반기문 GGGI 의장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한정애 장관=‘늦었다’ ‘불가능하다’는 말을 할 때가 아니다. 미래 세대는 탄소중립이 ‘인류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그런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금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에너지 전환이다. 우리나라는 발전 분야에서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비율이 66%에 달한다. 이를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빠르게 바꿔야 한다. 도시에 가득한 빌딩에서 태양광 에너지를 생산하고, 바다에서 부는 바람을 에너지로 만들어야 한다.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 위주인 산업계의 변화, 수송 부문의 변화도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하다.

▽이 의장=원전 발전은 나라마다 사정이 달라 각각의 여건에 맞춰 국민이 합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 IPCC 평가 보고서에서 내린 결론이다. 아직 확실하지 않은 신기술, 소형모듈원자로(SMR)를 현재의 원전과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 장관=원전은 지금 추세만 유지해도 2050년 전체 발전량의 일부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현재 원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이 폐기물들에 대한 처리 방법은 논의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SMR는 아직 연구 단계다. 이를 위한 연구 투자는 지금도 하고 있다. 다만 한국의 현재 에너지 발전 비율(2019년 기준)이 전체 발전량의 6.5%에 불과한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화석연료를 포기하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이 의장=그 반대다. 탄소중립으로의 방향, 특히 에너지 전환 측면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여러 나라는 화석연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포기해야 할 화석연료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그간 화석연료의 수급 불안정은 번번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 화석연료와의 이별은 한국에 축복이라 생각한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은 곧 한국의 새로운 발전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앞으로 시간이 별로 없는데….

▽이 의장=한국은 짧은 시간에 경제 성장을 이뤄 최빈국에서 지금에 이르렀다. 탄소중립 도달 목표 시점까지 30년 정도 남았다. 지금까지 한국의 성장을 보면 충분히 국제사회의 모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P4G에 참여하는 개발도상국들의 고민이 많다.

▽한 장관=개도국 입장에선 성장이 중요하다. 다만 그 방식이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방식이 아닌 ‘녹색성장’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국제적으로 지속가능한 목표를 향해 함께 갈 수 있다. 대한민국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성장하는 길을 직접 걸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P4G에서는 정부와 기업, 시민단체 등이 모여 국제사회의 개도국 지원에 대해 중점 논의한다. 개도국과 취약계층 모두를 포함한 녹색회복 달성 방안을 포괄한 서울선언문이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P4G는 한국이 기후위기 상황에서 책임과 의무를 지겠다고 천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P4G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한 장관=하반기(7∼12월)에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내놔야 한다. 관련 논의도 시작될 것이다. 분야별 당사자들이 참여해 2030년 감축할 수 있는 국내 온실가스 최대치가 어느 정도일지 고민할 것이다. 이를 주도할 탄소중립위원회의 역할이 지대하다. 각계각층의 목소리가 소외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미래 세대를 위해 최대한 책임을 분담하는 결론이 내려지길 기대한다.

―우리 사회의 ‘대전환’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반 의장=지속가능한 발전을 계속 이루려면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 문제, 환경 보호 이슈 등을 자연스럽게 인식하고 행동하려면 어릴 때부터 환경 교육이 필요하다.

▽한 장관=우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온실가스를 만들어낸다. 예외는 없다.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 환경부뿐 아니라 다른 부처도 사업계획을 세우거나 정책을 마련할 때 탄소중립 방향에 맞는지 우선 들여다봐야 한다. 산업계나 개인 역시 마찬가지다. 내 일상을 어떻게 바꿀지, 생산 공정을 어떻게 바꿀지 위기의식을 갖고 고민해야 한다. 탄소중립이 우리 사회의 핵심 의제로 자리 잡을 경우 그 도달 시기도 앞당겨질 것이다.

진행=이성호 정책사회부장 starsky@donga.com
정리=강은지 kej09@donga.com·송혜미 기자
#기후위기#반기문#한정애#이회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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