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대북정책에 한국 구상 반영”… 임기말 1년, 성과내기 빠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단계적 접근’에 후속대응 채비

“북한이 궁금해요” 한 부자가 2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보고 있다.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국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북한이 궁금해요” 한 부자가 2일 오전 경기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를 보고 있다. 이날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국내 탈북자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심각한 도발로 간주하면서 그에 상응한 행동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제기됐다. 파주=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미국의 새 대북정책은 한미 간 긴밀히 소통한 결과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일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공개한 대북정책의 큰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틀 속에서 단계적 접근 등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접근법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21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 촉진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1년여밖에 남지 않은 문 대통령 임기 내에 가시적인 북핵 성과물이 도출되기는 쉽지 않다는 관측도 있다.

○ 美 단계적 접근에 한숨 돌린 靑

청와대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용적·단계적 접근을 모색한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새 대북정책과 관련해 미 고위 당국자는 “우리의 접근은 싱가포르 합의 및 과거 다른 합의들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합의’도 언급했다. 사실상 2018년 싱가포르 북-미 합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청와대가 판단하는 배경이다. 정부 당국자는 “바이든 행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의 이벤트를 이어가기 쉽지 않았음에도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대북정책 결과물을 내놓은 것”이라며 “우리가 제시한 아이디어들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 때의 북-미 협상 결렬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계속해서 싱가포르 합의를 기반으로 한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빅딜’로 대표되는 북핵 일괄타결을 시도했지만 비핵화 단계의 구체적인 입구조차 합의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는 미 고위 당국자가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 아래 특정 조치에 대한 (제재) 완화를 제안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힌 부분도 주목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싱가포르 선언에서 다시 시작해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이루는 대화 협상을 해나간다면 좀 더 속도 있게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를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도 “미국과 북한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북한이 비핵화 조치에 나서면 미국이 상응하는 보상을 제시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 청와대의 복안이다.

○ 북-미 대화 분수령 될 韓美 정상회담

바이든 대통령의 북핵 전략의 밑그림을 확인한 문 대통령은 21일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미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설득할 계획이다. 여권 관계자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북-미가 최대한 빨리 다시 마주 앉아야 하고,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이 그 중재자 역할에 다시 나서겠다는 뜻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외교부도 이날 “우리 정부는 북-미 대화 조기 재개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달성을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문 대통령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 대선 전부터 북한 인권 문제를 강조했던 바이든 대통령이 인권 문제를 계속 다룰 계획이라는 점도 변수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제 막 임기 100일이 지난 바이든 대통령과, 임기가 1년가량 남은 문 대통령의 지향점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자인 트럼프 대통령처럼 ‘보여주기식’ 행동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북한의 강경 담화에도 불구하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는 등 북-미 간 간극을 좁히기 위한 상황 관리에 나섰다. 통일부도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문제 삼은 대북전단에 대해 “정부는 북한을 포함한 어떤 누구도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반대한다”며 문재인 정부 4년 동안의 기조를 다시 한번 반복했다.

한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날 주요 7개국(G7) 외교·개발장관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으로 출국했다. 정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만나 미국의 새 대북정책에 대한 북한의 반응 등을 공유하고 한미 대북 공동 기조 등을 점검할 것으로 보인다.

박효목 tree624@donga.com·최지선 기자
#문재인 대통령#중재자 역할#美 대북정책#단계적 접근#북미 대화#바이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